1차전과 180도 바뀐 분위기…선수들 몸 풀러 나올 때부터 거센 야유
(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한국 응원단 다 어디 있어요?"
태극전사들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와의 맞대결을 앞둔 19일(한국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주변은 1차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1차전 당시에는 먼 길을 날아온 원정 응원단과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현지 팬들이 어우러져 붉은 물결을 이뤘지만, 이날은 현지 팬들이 "한국인들은 다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붉은 악마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방은 멕시코 팬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초록색으로 뒤덮였다.
멕시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국기를 망토처럼 두르거나, 전통 모자인 솜브레로와 전통 의상으로 한껏 멋을 낸 팬들은 일찌감치 경기장 주변에 모여 분위기를 띄웠다.
중요한 승부를 앞둔 비장함보다는 자국에서 열리는 이벤트를 만끽하는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다.
상대 팀인 한국을 향한 적대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태극기를 두른 채 아내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김성현(34) 씨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현지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발걸음을 떼기조차 어려웠다.
경기 전날 과달라하라에 도착했다는 김 씨는 "과장 안 하고 오늘만 1천500명 정도와 사진을 찍은 것 같다"며 "경기장 안에서는 치열하게 대결하겠지만, 밖에서는 국적을 넘어 모두를 하나로 묶는 스포츠의 힘을 새삼 느낀다"고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1차전에서 한국의 편에 서서 응원전을 펼쳤던 현지 팬들의 '한국 사랑'은 이날도 이어졌다.
팬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무대에 오른 가수가 "비바 멕시코"(Viva Mexico)를 선창하자, 관중석 곳곳에서 "비바 코레아"(Viva Corea)로 화답하는 멕시코 팬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마에 한글로 '환영'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맞춤 제작해 쓰고 온 오스왈도 소토(48) 씨 역시 한국 팬들을 향해 반가움을 표했다.
소토 씨는 "한국 친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싶어 짧고 굵은 한국어 문구를 고민했다"며 "우리는 이 축제를 즐기러 왔다. 승패와 관계없이 멕시코와 한국의 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형과 함께 생애 첫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러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과달라하라를 찾았다는 재미동포 알렉스 김(26) 씨는 "주위를 둘러봐도 한국인은 우리 가족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치안 문제로 멕시코 방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들었는데, 히스패닉 친구들이 많아 잘 알지만, 이는 편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멋진 승부를 예상한다. 지난 체코전 2-1 승리는 정말 짜릿했고 팀의 단합력도 최고 수준이었다"며 "내 심장은 언제나 한국인"이라며 힘차게 '대∼한민국' 구호를 외쳤다.
막상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원정 경기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경기장 내에서도 붉은 악마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라운드는 온통 초록색으로 가득했다.
워밍업을 위해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선수들이 일렬로 서서 관중을 향해 예의를 갖춰 인사하자, 이내 곳곳에서 존중의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장내에 한국 대표팀의 선발 명단이 하나씩 호명되자 경기장은 다시 귀를 찌르는 듯한 거센 야유로 가득 찼다.
특히 멕시코의 가장 큰 경계 대상인 '캡틴' 손흥민(LAFC)의 이름이 울려 퍼질 때 야유 소리는 절정에 달했다.
경기장 밖에서의 따뜻한 환대와 그라운드 안에서의 치열한 기 싸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서서히 결전의 시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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