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연구팀, 임신 80만건 분석…"숙이는 시간 1시간 늘 때 위험 36% 증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임신부가 임신 초기에 직장에서 몸을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자주 취하거나 많이 걷는 업무를 할 경우 유산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한나 뇌르토프트 프랑켈 박사팀은 19일 국제 학술지 직업·환경 의학(Occupational & Environmental Medicine)에서 취업 여성의 임신 80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임신 초기에 직업상 서 있기, 걷기, 앞으로 숙이기는 모두 유산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고 증가 폭은 각각 3%, 18%, 3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임신 초기 직업상 특정 신체활동이 태반 혈류 공급과 호르몬 조절 등에 영향을 미쳐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임신 근로자를 위한 지침에 임신 초기 단계를 포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산은 전체 임신의 약 15%에서 발생하는 흔한 임신 합병증 중 하나다. 부모의 고령, 흡연, 야간 교대근무, 대기오염·화학물질 노출 등이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직업상 신체활동이 유산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임신 중 직업상 서 있기, 걷기, 앞으로 숙이기와 유산 위험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2004~2018년 덴마크 취업 여성 47만5천312명의 임신 80만3천829건을 분석했다. 유산 발생률은 전체의 10.1%(8만1천307건)였다.
직업·산업 등록자료의 직업 코드와 활동 추적기(가속도계) 측정값, 전문가 평가를 결합해 임신부가 직장에서 서 있기, 걷기, 30도 이상 앞으로 숙이기 자세를 취하는 시간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직업상 몸을 30도 이상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취하는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유산 위험이 36% 더 높았고, 걷는 시간과 서 있는 시간이 1시간 늘어날 경우에도 유산 위험이 각각 18%와 3% 더 높았다.
특히 앞으로 30도 이상 숙이는 자세는 시간이 길수록 유산 위험이 꾸준히 증가하는 '노출-반응 관계'가 확인됐다. 반면 서 있기와 걷기에서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위험이 증가하는 일관된 패턴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조사 직전 1주일새 결근한 여성에서 유산 위험이 더 크게 증가했다며 결근이 건강 상태 저하나 임신 중 취약성을 반영하는 지표일 수 있고, 직업적 신체활동의 영향이 이런 여성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는 관찰 연구로 직업상 신체활동과 유산 간 인과관계를 밝힌 것은 아니라며 흡연이나 무거운 물건 취급, 야간 교대근무, 화학물질 노출 등 다른 위험 요인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는 앞으로 숙이는 자세가 유산 위험 증가와 가장 뚜렷하고 일관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흡연 상태와 건강정보 등을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출처 :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Hannah Nørtoft Frankel et al., 'Occupational standing, walking and forward bending during pregnancy and the risk of miscarriage: a Danish nationwide, register-based, cohort study', https://oem.bmj.com/lookup/doi/10.1136/oemed-2025-1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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