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되고 한국은 안 된 글로벌 청약 결과가 이목을 끌었다. 미국 기업공개(IPO) 대형주 스페이스X 얘기다. 상장 직전 ‘0건’으로 통보된 물량 배정 결과는 투자자들에 실망을 안겼다.
글로벌 공동인수단이던 미래에셋증권이 물량 미배정에 먼저 고개를 숙였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사과문을 내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공모가 편입 기대감을 활용한 마케팅이 화근이다.
공모주 배정이 무산되며 한투운용이 강조한 공모가 편입 효과는 휘발된 셈이다. 다만 회사 수익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마케팅에 따라 고객 순자산 유입이 늘면 보수도 증가해서다.
해외 IPO 미배정 사태
미래에셋증권이 야심 차게 준비한 스페이스X 청약 진행이 지난 13일 사실상 무산됐다. 공모주 물량이 전량 삭감돼 미배정으로 결론이 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가 매각할 클래스A 보통주 5억5555만5555주 중 미래에셋증권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 물량은 231만4815주였다. 다만 대표 주관사 골드만삭스는 최종 배정 결과 미래에셋증권에 한 건의 물량도 제공하지 않았다. 유사한 수준으로 물량을 배정받을 거라 기대됐던 일본 미즈호증권이 7배 이상 물량을 받은 결과와 대조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청약에 참여한 국내 개인·법인 전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에게 결과가 나온 직후 새벽 청약금을 전액 환불해줬다. 배정된 물량이 사라진 결과 자체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도 사측은 함께 전했다.
순자산만 늘린 공모가 편입 마케팅
회사도 투자자도 허탈함이 클 수밖에 없다. 스페이스X는 상장일인 12일(현지시간) 공모가 대비 19.34% 상승한 161.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장중 220달러를 넘겨 공모가인 135달러 대비 62%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에 버금가게 사태 진화에 나선 곳이 있다. 상장 전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에 스페이스X를 공모가로 자산 편입할 거라 홍보했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지난 4일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 등 펀드 2종이 스페이스X IPO 물량을 상장 당일 편입할 것이라 알렸던 한투운용은 8일에도 재차 공모가 편입 메리트를 강조하며 홍보에 나섰다.
상장 전만 해도 한투운용은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의 차이를 설명하며 왜 공모가 편입이 유리한지 역설했다. 하지만 13일 새벽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국내 인수단에 판매 가능한 물량이 배정되지 않았음을 통보받았고 결국 장중 매매 대응만이 가능했다.
한투운용은 이후 사과문에서 “미국 IPO 시장의 특수성과 가변성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면서도 물량 미배정 소식을 전하게 된 점이 송구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투운용은 “앞으로는 투자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정보의 가변성을 더욱 명확히 고지하고 한층 더 정교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약속드리겠다”라고 말했다.
투자 수익 별개인 운용 보수
한투운용이 장중 매매로 편입한 스페이스X 주식은 605주로 거래 가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주가 오름세를 감안하면 공모주 대비 비싼 가격에 매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ETF 투자자들로부터 스페이스X 주가 상승세 효과를 누리지 못했단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관련 ETF가 스페이스X라는 단일 자산만 편입한 건 아니나 투자자들이 볼멘소리를 낼 빌미는 사측이 제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페이스X를 패시브 ETF보다 한발 앞서 편입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최근 1개월 개인 순매수 600억원 돌파 기록을 세웠고 이를 홍보한 게 한투운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스페이스X 주가 수익률은 40%인 데 반해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는 16일 기준 약 10% 하락세에 머물러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투자자들은 수익 기회비용을 잃은 셈인 데 반해 운용사는 늘어난 ETF 자산에 따라 더 많은 보수를 챙길 수 있다. 이는 투자 성과와 별개로 자산 유입에 치중된 ETF 마케팅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미배정 사태는 구조적인 국내 규제 문제이거나 한국 물량만 배제됐다는 점에서 ‘코리아 패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관련 미래에셋증권과 한투운용에 대해 검사에 착수한 상태이며 각사는 이와 별개로 보상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한투운용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해외 IPO에 참여한 게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배정 물량이 0주가 되는 걸 예상 못했다”라며 “전에 IPO 참여로 물량을 받아 펀드에 분배한 적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상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투자자들에게 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 중이긴 한데 금전적인 보상은 법 규정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감원에 요청받은 자료도 제출하는 동시에 내부 논의도 이뤄지다 보니 어떤 보상이나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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