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오랜 군사적 충돌을 끝내기 위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가운데, 최종 합의에 이르기 위한 60일간의 운명의 시계가 공식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만간 스위스에서 양국 간의 기술적 실무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합의 이행 조건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절차를 둘러싼 양국의 팽팽한 기싸움, 그리고 이스라엘 등 역내 동맹국들의 강력한 반발이 맞물리며 향후 협상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 “MOU 효력 공식 시작…말 아닌 행동으로 검증할 것”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양해각서 서명 시점과 시차 등을 감안해 오늘(18일)부터 60일간의 후속 협상 기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번 60일의 시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지도부가 최종 승인한 MOU에 명시된 법적 기한으로, 이 기간에 향후 적용될 최종 합의의 세부 조건이 결정된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합의가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의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정상 오바마 정부의 합의는 이란을 강화했으나, 이번 합의는 이란을 약화하기 때문에 걸프 지역 국가들도 환영하고 있다”라며, “미국이 돈을 주고 핵을 멈추게 한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이 이미 파괴한 핵 프로그램을 이란이 재건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검증 가능한 경로를 제시하는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이란에 대한 일방적 경제 혜택 제공’ 우려에 대해 밴스 부통령은 “이란은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했으며, 미국은 해안 봉쇄를 분쟁 이전 상태로 되돌렸을 뿐 새로운 혜택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동결 자금 해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란이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단 1달러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선(先) 이행 후(後) 보상’ 기조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 “3천억 달러 지원은 가짜뉴스…레바논·헤즈볼라까지 전면 휴전 기대”
합의 효력이 본격화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트루스소셜)를 통해 야당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며 이번 합의의 경제적·외교적 성과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새벽 게시글에서 야당의 비판을 의식한 듯 “미국이 이란에 3,000억 달러(약 450조원)를 지급한다는 것은 가짜뉴스(Fake News)이자 민주당의 프로파간다(선전 선동)”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남은 것은 오직 성공과 유가 하락, 그리고 승리뿐”이라며 “주식시장을 보라. 시장은 유가가 폭락하고 증시가 폭등하는 현 상황을 매우 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몇 시간 뒤 올린 추가 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모든 이들이 우리의 협상이 아름답게 전개될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켜줄 것을 독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리는 레바논, 헤즈볼라,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완전한 휴전(Complete Ceasefire)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여, 이번 미·이 합의를 지렛대 삼아 중동 전역의 다자간 전면 휴전으로 판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모즈타바 “조건부 승인…미국 무리하면 판 깰 것”
반면 이란 측은 이번 합의를 ‘국민과 저항 전선의 권리를 지켜낸 성과’로 포장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국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대국민 서면 메시지에서 “원칙적으로는 이번 합의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그러나 대통령이 자신과 위원들을 대신해 이란의 권리를 지켜내겠다고 약속하고 책임을 명시적으로 수용했기에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결정을 조건부로 허가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절박함에 쫓겨 다양한 지렛대를 동원했다”고 비판하며, “대면 협상이 적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경우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한편,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MOU에 따라 60일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통항을 희망하는 상선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통해 사전에 통항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아 해협 통제권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밴스 부통령은 “국제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은 없다”며 “오만, 이란, 걸프협력회의(GCC)가 안보 체계를 마련해 세계 경제의 병목 구간으로 악용되지 않게 할 것이며, 이것이 최종 합의에 반영되지 않으면 합의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미, 反합의 이스라엘 강경파에 직격탄…“현실 직시하라”
이번 합의 과정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도 수면 위로 전면에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종전 MOU 체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이스라엘 내각 강경파를 향해 밴스 부통령은 이례적으로 거친 언사로 경고를 날렸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초강대국 지도자 중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유일한 인물”이라며, “내가 이스라엘 내각 일원이라면 전 세계에 남은 유일하고 강력한 동맹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3개월 동안 이스라엘을 지켜준 방어 무기의 3분의 2는 미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졌고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됐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스라엘 인사들은 이제 정신을 차리고 자국이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주말부터 스위스 실무 협상 유력…의회 브리핑도 착수
미국 정부는 이번 MOU에 따른 대이란 일부 제재 일시 해제 조치가 ‘이란 핵 합의 검토법(INARA)’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법률고문실의 유권해석에 따라 의회 승인 없이도 처리가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다만 백악관 입법국을 통해 조만간 의회에 서명 문서 사본을 전달하고 구체적인 브리핑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과 이란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스위스에서 고농축 우라늄의 구체적인 폐기 방식 등을 다룰 아주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실무 협상에 돌입한다. 밴스 부통령은 직접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끌고 스위스로 향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상황은 바뀔 수 있지만 며칠 내로 정확한 일정이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