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의존' 돈길 바뀌나…증권가 5000억 끌어낸 '이한우標 원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PF 의존' 돈길 바뀌나…증권가 5000억 끌어낸 '이한우標 원전'

AP신문 2026-06-19 08:30:00 신고

©AP신문(AP뉴스)/이미지 제공 = 현대건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2025년 3월 2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2025 현대건설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에너지 중심의 미래 성장 전략 ‘H-Road’를 발표하고 있다.
©AP신문(AP뉴스)/이미지 제공 = 현대건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2025년 3월 2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2025 현대건설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에너지 중심의 미래 성장 전략 ‘H-Road’를 발표하고 있다.

[AP신문 = 조수빈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후 익스포저 축소 압박을 받는 증권업계의 자금이 현대건설(000720) 원전·뉴에너지 사업으로 향했다. 이자도 없고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도 없는 전환사채(CB)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단순 자금조달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F 이후 새 대안을 찾던 자본이 '이한우표 원전', 즉 수익 구조와 성장 경로가 뚜렷한 건설사 신사업으로 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편입 이후 첫 CB 발행으로, NH투자증권이 2000억원,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각각 1500억원을 인수한다.  

이번 거래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규모만큼이나 이례적인 발행 조건에 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다. 전환가액은 주당 15만607원으로 기준주가 대비 15%, 발행 결정 직전 종가 대비 약 23%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뿐만 아니라 주가가 하락해도 전환가액을 낮춰 투자자 손실 가능성을 줄여주는 리픽싱 조항도 없고, 투자자가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 역시 제외됐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발행자 우위 구조로, 투자자의 기대 수익은 사실상 주가 상승에 따른 전환 차익에 달려 있다. 현재 실적보다 미래 기업가치에 더 무게를 뒀다는 의미다.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최근 증권업계는 PF 부실 정리와 부동산 익스포저 축소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부동산 쏠림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말 부동산 투자 위험값을 사업 단계와 담보비율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부동산 총 투자금액을 자기자본 한도 안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 나온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을 대상으로 PF 부실 여신 정리와 익스포저 축소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증권사 수익의 핵심 축이었던 부동산 PF 시장이 잇단 부실 후유증과 건전성 관리 강화가 겹치면서 위축되는 흐름이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PF 다음은 무엇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즉, 현대건설 CB는 이 질문에 대한 시장의 답이 일부 실제 딜로 확인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동산 개발금융 밖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대안이란 평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한우 대표이사 사장이 구축한 원전 사업의 가시성이 자리한다. 실제 조달 자금 5000억원 전액이 향하는 곳도 기존 부동산 개발 PF 사업장이 아니라 미국·유럽 지역 SMR과 대형 원전, 해상풍력, 태양광, 수소 등 뉴에너지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이한우 대표 취임 이후 건축·주택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원전과 에너지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해 왔다. 

지난해 이 대표가 직접 연단에 올라 공개한 중장기 성장전략 'H-Road' 역시 원전과 SMR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이 골자다. 건설 경기와 분양 시장에 좌우되는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사업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플랜트·뉴에너지 부문 매출 비중은 2024년 20.7%에서 지난해 31.7%로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건축·주택 부문 비중은 66.5%에서 54.4%로 낮아졌다. 단순히 원전 수주 추진의 수준을 넘어, 회사의 매출 포트폴리오 자체가 원전·뉴에너지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미국 홀텍 SMR 사업의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핵심 파트너 지위를 확보한 데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업화 절차가 본격 진행되고 있는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SMR 프로젝트의 경우, 홀텍은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4억달러 규모 보조금을 확보했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인허가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해당 사업에서 약 1조3000억원 규모 EPC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 원전 분야에서도 미국 프로젝트 마타도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등 대형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원전 수주 목표로 4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증권업계는 중장기 해외 원전·SMR 파이프라인 규모를 최소 40조원에서 최대 8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익성 지표도 포트폴리오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1분기 플랜트·뉴에너지 부문 원가율은 90.4%로 전년 동기보다 5.1%포인트 낮아졌다. 주택 부문이 공사비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플랜트·뉴에너지 부문의 수익성 개선은 현대건설의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에 설득력을 더하는 지표로 평가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원전 프로젝트들이 착공에 돌입할 경우 연간 약 3조9000억원의 매출과 29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의 원전 확대 행정명령과 뉴욕·인디애나 등 11개 주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고려하면 현대건설의 지속적인 원전 및 SMR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현대건설의 재무 상황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올해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5996억원 순유출을 기록했고, 매출채권은 7조6636억원으로 늘었다. 순현금 기조도 순차입금 체제로 전환됐다. PF 관련 신용보강 보증금액 역시 13조1422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69.5% 수준에 달한다.

이에 이번 CB 발행을 공사대금 회수 지연과 운전자본 부담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 성격으로 해석하는 일각의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받아들인 조건은 단순한 유동성 확보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현금흐름 부담을 이유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많지만, 투자자들이 이자와 리픽싱, 풋옵션까지 포기하면서 자금을 집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CB는 5000억원 조달 자체보다 자금의 이동 방향을 보여준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PF가 증권업계의 대표 투자처였던 시기와 달리, 이제 시장은 장기 성장 산업과 실물 인프라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현대건설은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를 내세워 자본시장을 설득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이자와 리픽싱, 풋옵션 없이 5년 자금을 넣었다는 것은 현대건설 원전·뉴에너지 사업의 전환가치를 높게 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PF 중심이던 자본이 원전·에너지 인프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Copyright ⓒ AP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