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줄 알았던 치료제의 반전'…고바이오랩, 건선 핵심 스위치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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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줄 알았던 치료제의 반전'…고바이오랩, 건선 핵심 스위치 찾았다

이데일리 2026-06-19 08:21:03 신고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건선은 피부 질환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면역계 이상이 만든 전신 염증 질환이다. 장내 미생물을 조절해 피부 염증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김준형 고바이오랩(348150) 책임연구원(이학박사)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IHMC 2026)에서 자사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건선 치료제 후보물질 KBL697(과제 KBLP-001)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준형 고바이오랩 책임연구원(이학박사)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IHMC 2026)에서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지완 기자)




◇250억달러 규모 시장 불구, 치료제 한계 뚜렷

KBL697이란 살아있는 유익균을 활용하는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말한다. KBL697은 당초 궤양성대장염(UC) 치료제로 개발되며 고바이오랩(348150)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궤양성대장염 글로벌 임상 2a상은 환자 모집 지연과 개발 전략 변경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 이후 고바이오랩은 건선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응증 확대를 추진했다.

건선 적응증에서는 미국과 호주에서 중등도 판상형 건선 환자 78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a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전체 환자군 분석에서 1차 평가변수인 PASI 점수 개선 효과는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세부 분석에서 일부 환자군에 PASI 감소 및 병변 면적 감소가 확인됐다. PASI란 건선 병변의 면적과 중증도를 수치화한 국제 표준 평가 지표를 말한다.

다만 이번 IHMC 2026 발표는 단순 효능 확인을 넘어 작용 기전까지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바오랩은 균주 유래 LTA가 면역 조절 경로를 활성화해 건선을 완화하는 과정을 확인하며 KBL697의 후속 개발 근거를 제시했다. 건선이란 피부가 붉어지고 두꺼워지며 하얀 각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을 말한다. 전 세계 환자 수는 약 1억2500만명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세계 건선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약 291억5000만달러(약 44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시장 규모는 올해 314억2000만달러(약 48조원)에서 2034년 729억9000만달러(약 11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1.1%에 달한다. 국내 시장 역시 수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현재 건선 치료제 시장은 인터루킨(IL)-17과 IL-23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가 주도하고 있다. IL-17은 건선에서 가장 직접적인 염증 유발 물질로 꼽힌다. 피부세포에 "더 빨리 증식하라", "더 많은 염증물질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일종의 염증 실행자이기도 하다. 건선 환자에서는 IL-17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피부가 정상보다 수배 빠르게 증식하고 홍반과 각질이 형성된다.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는 대표적인 치료제로 이러한 IL-17을 직접 차단한다. 코센틱스는 염증의 최종 단계에 가까운 신호를 막는 만큼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IL-23은 면역 신호물질로 IL-17보다 상위 단계에서 작동한다. IL-23은 IL-17을 만들어내는 면역세포(Th17 세포)를 활성화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IL-17이 현장 실행자라면 IL-23은 지휘관에 가깝다.

트렘피어(구셀쿠맙)와 스카이리치(리산키주맙)는 IL-23을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염증 신호가 생성되는 초기 단계부터 억제하는 만큼 최근 건선 치료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계열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들 치료제는 모두 고가의 주사형 항체 치료제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복적인 주사 투여가 필요하고 연간 치료비 부담도 적지 않다. 또한 IL-17은 세균과 곰팡이 감염을 방어하는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장기간 억제 시 감염 위험 증가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구용 치료제인 오테즐라(아프레밀라스트)와 소틱투(듀크라바시티닙)도 출시됐다. 하지만 오테즐라와 소틱투는 설사, 두통, 오심 등의 부작용 문제와 제한적인 효과로 인해 모든 환자에게 만족스러운 대안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염증 인자 직접 차단 대신 면역 균형 회복”

김 연구원은 “기존 치료제들은 특정 염증 인자를 직접 차단하는 방식”이라며 “KBL697은 장내 면역 균형을 회복시켜 결과적으로 IL-17 같은 염증 경로를 낮추는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바이오랩이 건선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진은 원래 KBL697을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로 연구하던 과정에서 건선과 장질환 모두 IL-17 중심의 면역 경로를 공유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실제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건선 모델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건선 동물모델에서 KBL697을 투여하자 피부 발적과 피부 두께, 각질 형성 등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특히 현재 건선 치료제로 사용되는 아프레밀라스트와 FDA 승인 TYK2 억제제 듀크라바시티닙과 비교해도 유사하거나 일부 조건에서는 더 우수한 수준의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장과 피부는 연결돼 있다”…장-피부 축 입증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BL697이 왜 효과를 내는지 추적했다. 핵심으로 장과 피부 축이 꼽힌다. 장과 피부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면역세포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장에서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혈액과 림프계를 따라 이동해 피부 염증을 악화시키거나 완화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연구진은 형광 표지 기술을 활용해 장에서 유래한 면역세포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건선을 악화시키는 IL-17 생성 면역세포가 피부 인근 림프절로 이동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반면 KBL697을 투여한 동물에서는 이러한 이동이 크게 감소했다.

또 다른 변화도 관찰됐다. 조절 T세포(Treg)가 장뿐 아니라 피부 인근 림프절에서도 증가한 것이다. 조절 T세포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반응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한다.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는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0도 크게 증가했다. IL-10은 과도한 염증을 진정시키고 조직 손상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항염증 물질이다.

김 연구원은 “장에서만 면역이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와 연결된 면역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내 미생물 조절이 피부 염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효과 핵심 스위치는 LTA”…작용기전까지 규명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분야의 오랜 과제 중 하나는 작용 기전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좋은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왜 그런 효과가 발생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바이오랩 연구진은 KBL697의 핵심 작동 원리까지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균주를 열처리하거나 단백질을 제거하는 실험을 반복하며 유효 성분을 추적한 결과 LTA(Lipoteichoic Acid)라는 세포벽 성분을 핵심 물질로 확인했다.

LTA는 면역세포 표면의 TLR2 수용체를 자극한다. TLR2는 면역세포가 세균이나 외부 물질을 인식하는 일종의 감지 센서 역할을 한다. 이후 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를 활성화해 IL-10 생성을 증가시키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LTA를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한 변이 균주도 제작했다. 그 결과 IL-10 증가 효과가 사라졌고 건선 개선 효과 역시 대부분 소실됐다. 반대로 원래 균주를 다시 투여하자 치료 효과가 회복됐다. 또 KBL697 유래 LTA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가진 LTA보다 IL-10 생성은 훨씬 강하게 유도하면서도 IL-6, TNF-α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는 적게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같은 LTA라도 KBL697이 가진 LTA는 염증은 낮추고 면역 균형은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차별화된 특성을 보인 셈이다.

김 연구원은 “LTA가 존재해야 건선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특정 균주의 특정 성분이 특정 면역 경로를 조절한다는 점을 입증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균주를 찾는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어떤 물질이 어떤 경로를 통해 효과를 내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KBL697은 기존 항체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경구용 면역조절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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