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코스피가 ‘9천피’ 시대를 열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가능성도 커지면서 추가 상승 탄력에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장중 한때 9,106.07까지 치솟으며 intraday 기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난달 15일 장중 처음 8,000선을 돌파한 지 34일 만, 거래일 기준 22일 만에 1,000포인트를 추가로 끌어올린 셈이다.
지수 급등을 이끈 주역은 단연 반도체 대형주였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5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62%, 6.51%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2천119조원, SK하이닉스가 1천914조원으로 불어나며 두 종목 합산 4천조원에 근접했다.
AI 수요 폭증이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투자 심리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119억원, 기관은 5천392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집계됐다.
반면 그간 지수를 떠받쳐온 개인 투자자는 1조4천88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9천피’ 돌파를 계기로 개인이 수익을 확정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셈이다.
미국발 반도체 훈풍…필라델피아지수 6% 급등
국내 반도체 강세는 간밤 미국 뉴욕증시 흐름과 맞물려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14%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1.08%, 1.91%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8.7%), 샌디스크(11.54%) 등이 급등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애플이 미국 내에서 칩을 설계·생산하기 위해 인텔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인텔 주가가 10.64% 급등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글은 미국 중심의 자립적인 반도체 제조 공급망 구축과 국산화 모멘텀을 강하게 반영하며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은 지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6.42% 급등했고, 한국과 신흥국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ETF는 6.89%, MSCI 신흥국 지수 ETF는 3.25% 상승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3.50% 오르며 국내 현물 시장의 추가 상승 기대를 키웠다.
국제 유가 하락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뒷받침했다.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76.60달러로 전장 대비 0.3% 내렸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약 두 달 반 만에 처음으로 갤런당 평균 4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다만 환율 변수는 부담 요인이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537.00원(MID)에 최종 호가돼,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20원)를 감안하면 전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527.10원)보다 11.10원 오른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자금 유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독주로 출발, 장중엔 차익 매물 가능성”
시장 전문가들은 19일 코스피가 전날에 이어 반도체 중심의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면서도, 장중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일에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6%대 급등, 코스피200 야간선물 3%대 강세 등에 힘입어 전일에 이어 반도체 독주 색깔의 상승세로 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장 중에는 코스피 9,000포인트 돌파로 앞자리가 바뀐 데 따른 차익 실현 욕구, 단기 폭등에 따른 속도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추가 상승 탄력은 제한된 채 업종 순환매 장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고려할 때 전일 낙폭이 과도했던 조선, 방산, 증권, 전력 기기, 바이오 및 코스닥 종목 등으로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9천피’ 돌파 이후 코스피가 추가 랠리를 이어가느냐, 아니면 숨 고르기에 들어가느냐는 결국 반도체 실적과 글로벌 AI 투자 모멘텀, 환율 흐름 등 대외 변수에 좌우될 전망이다. 반도체 독주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리고 그 이후 바통을 이어받을 업종이 무엇일지가 하반기 증시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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