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중앙어린이병원 외쳤지만…서울대병원 '리모델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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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앙어린이병원 외쳤지만…서울대병원 '리모델링' 선택

이데일리 2026-06-19 07:4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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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서울대병원이 30년 가까이 된 어린이병원 병동을 전면 리모델링한다. 다인실을 줄이고 병상 간 거리를 넓히는 등 입원 환경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병원 안팎에서는 서울대병원이 내세웠던 ‘국가중앙어린이병원’ 구상이 사실상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달부터 어린이병원 병동 리모델링 사업에 착수했다. 이번 사업은 노후화된 병실 환경을 개선하고 환자와 보호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추진한다. 어린이병원 리모델링은 2019년부터 준비해 7년 만에 본격 공사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이 공개한 사업 계획에 따르면 어린이병원은 기존 7개 병동을 리모델링하고 1개 병동을 신설한다.

현재 23% 수준인 4인실 이하 병실 비율을 93%까지 확대하고, 1·2·4인실 중심의 표준 병동을 조성할 계획이다. 병상 간 거리는 1.5m 이상 확보해 감염관리 수준을 높이고 이중 복도형 구조 개편과 밀착형 보조 간호스테이션 설치를 통해 의료진 업무 효율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28년 10월이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현재 남아 있는 7인실을 없애고 4인실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어린이병원이 30년이 됐는데 7인실이 있는 거의 우리나라 유일의 공공병원”이라며 “7인실을 없애고 4인실 중심의 쾌적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현재 진행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이후 전체 병상 수는 현재와 같은 330병상을 유지할 예정이다. 병상 수를 늘리는 증축 사업이 아니라 기존 공간을 재구성해 환자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그러나 병상 확충 없이 기존 공간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이번 사업은, 한때 서울대병원이 추진했던 국가중앙어린이병원 구상이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전 집행부는 국가 차원의 소아의료 거점 역할을 수행할 ‘국가어린이병원’ 건립을 주요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당시 병원 내부에서는 현재 어린이병원 부지와 시설만으로는 중증·희귀난치성 소아환자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고, 국가 대표 어린이병원 역할을 수행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병원은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고 인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건물 활용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등 확장 방안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라는 입지 특성상 추가 부지 확보가 쉽지 않았고, 결국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논의는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은 대규모 증축이나 별도 어린이병원 건립 대신,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리모델링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사진= 서울대병원)




다만 병원 측은 이번 리모델링이 국가중앙어린이병원 구상과는 별개의 사업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현재 진행 중인 어린이병원 병동 리모델링 사업은 기존 어린이병원의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이라며 “국가중앙어린이병원 관련 논의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밝혔다.

문 부원장도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어린이병원 리모델링”이라며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어린이병원에 걸맞게 새롭게 확장하는 것을 꿈으로 갖고 있지만 현재는 장기적인 플랜 차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 몇 개를 제안한 적은 있지만 우선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문제는 리모델링만으로 국가 최고 수준 어린이병원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희귀난치질환과 중증 소아환자가 전국에서 몰리는 사실상의 최종 치료기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병상 수는 그대로 유지된 채 병실 환경 개선에 집중하는 이번 사업만으로는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중증 소아환자 치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병실 환경 개선을 넘어 국가 어린이병원의 미래상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어린이병원이 한국 소아의료 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경영진의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며 “홍콩 등 해외 주요 어린이병원과 비교하면 시설과 규모 면에서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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