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실없는 말이 송사(訟事) 간다고 했다. 무심하게 한 말 때문에 큰 소동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늘 말조심해야겠다. 실없는 소리 마, 실없이 던지는 농담, 참 실없는 사람이네그려 한다. '실없다'의 쓰임은 실하다. 열매 실(實)이다. 집 면(宀) 밑에 꿸 관(貫)이 놓인 이 한자는 집 안에 재물이 가득하다는 데서 '차다, 옹골지다'의 뜻을 나타낸다. 속이 찬 것이 열매이므로 '열매 실'이 되었다.
'실없다'가 있으니까 '실있다'도 있을까 싶다. 애석하게도 '실있다'는 없다. 그러나 '실답다'는 사전에 올라 있다.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되고 미더운 데가 있다는 뜻으로 실다운 친구, 실다운 이야기, 실답지 않은 말 같은 용례가 보인다. 단단하고 튼튼하거나 허실 없이 옹골차다고 할 때 쓰는 '실하다'하고는 의미가 다르다.
'실답지 않은 말'에 눈길이 간다. '실없는 말'과 비슷하다고 느껴서다. 실없는 말이 실답지 않은 말이고, 실답지 않은 말이 실없는 말 아닐까. 생각은 꼬리를 물어 '시답지 않은(못한)'이나 이를 줄인 '시답잖은'에까지 미친다. '마음에 차거나 들어서 만족스럽다'로 정의되는 '시답다'에 대해 사전은 '실(實)답다'로 어원을 밝혔다. 실답다 → 시답다, 리을(ㄹ) 하나 있고 없고다.
실이 쓰인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또 새긴다.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한다'. 붓글씨 쓸 때 붓 잡는 법을 실지허장(實指虛掌)이라 한다. 손가락으로는 붓대를 꽉 쥐고 손바닥은 넓게 한다. 말하기야 쉽다. '실없는 부채 손'이 떠오른다. 눈은 높아 좋은 것을 바라지만 손은 둔하여 이루지 못할 때 쓴다. 야무지게 오므리지 못하는, 물갈퀴같이 조악한 손재주의 상징이 부채 손이다. 눈은 높고 솜씨는 서툰 안고수비(眼高手卑)요 '시렁 눈 부채 손'이다. 물건을 얹어 놓기 위하여 방이나 마루 벽에 두 개의 긴 나무를 가로질러 선반처럼 만든 것이 시렁이다. 시렁은 저 높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엮은이 보리 사전 편집부, 『속담 사전』, ㈜도서출판 보리, 2024
2.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3.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시답잖은 소리 (입력 2010.05.04 00:07) - https://www.joongang.co.kr/article/4149323
4. 경향신문 오피니언 시렁 눈 부채 손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입력 2019.03.18 20:41 수정 2019.03.18 20:43) - https://www.khan.co.kr/article/201903182041005
5. 표준국어대사전
6.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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