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식탁의 단골 토마토는 사 오자마자 냉장고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채소든 과일이든 일단 냉장고에 넣어야 안심되는 습관 때문이다. 그런데 마트에서는 분명 탱탱하고 향긋했던 토마토가, 며칠 뒤 꺼내 보면 물컹하고 싱거워져 있곤 하다.
우연이 아니다. 토마토는 수확된 뒤에도 살아서 익어 가는 과일이다. 스스로 숙성하며 단맛과 향을 계속 만들어 내는데, 냉장고의 저온에 들어가는 순간 이 숙성이 멈춘다. 농촌진흥청 자료 기준으로 토마토의 적정 보관 온도는 15~18도. 일반 냉장실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저온의 피해는 멈춤에서 끝나지 않는다. 낮은 온도에서는 토마토 고유의 향을 내는 성분이 크게 줄고, 껍질은 윤기를 잃고 거칠어진다.
차가운 기운에 세포 조직이 상하면서 꺼냈을 때 물컹하게 즙만 흐르는 식감이 되는 것이 이른바 저온장해다.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한번 꺾인 맛과 향은 온도를 다시 올려도 온전히 돌아오지 않는다.
기준은 익은 정도
그렇다면 토마토는 어떻게 두어야 할까. 기준은 하나, 얼마나 익었느냐다. 아직 주황빛이 돌고 단단한 덜 익은 토마토는 무조건 상온이 정답이다.
직사광선을 피한 통풍 좋은 자리에 두면 며칠 사이 빨갛게 익으며 단맛과 향이 차오른다. 이때 꼭지를 아래로 향하게 놓으면 꼭지 주변이 무르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새빨갛게 완전히 익은 토마토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한여름 무더위에 상온에 두면 너무 빨리 물러지니, 며칠 안에 먹을 분량은 짧게 냉장하는 것이 무방하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이때도 야채칸처럼 덜 차가운 칸에 두고, 먹기 30분쯤 전에 꺼내 실온으로 돌려놓으면 가라앉았던 단맛과 향이 한결 살아난다.
물컹해지기 전에, 용도를 바꿔도
후숙이 지나쳐 물러지기 시작한 토마토는 생으로 먹기보다 익혀 먹는 쪽으로 돌리면 버릴 일이 없다.
토마토는 가열하면 감칠맛이 진해지는 식재료라, 무른 토마토일수록 소스나 수프, 달걀볶음용으로 제격이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아예 썰어서 냉동해 두었다가 익힘 요리에 쓰는 방법도 있다.
장보기 단계에서 고르는 요령도 보관만큼 중요하다. 바로 먹을 것은 빨갛게 익은 것을, 두고 먹을 것은 약간 덜 익은 것을 섞어 사면 후숙 시차 덕에 일주일 내내 제맛의 토마토를 먹을 수 있다. 방울토마토도 원리는 같아서, 꼭지를 떼고 씻지 않은 채 두었다가 먹기 직전에 씻는 것이 무름을 늦추는 요령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덜 익은 토마토는 상온에서 꼭지 아래로, 완숙은 며칠 내로 먹되 냉장했다면 먹기 30분 전 꺼내기. '무조건 냉장고' 습관만 버려도, 올여름 토마토의 맛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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