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깨뜨렸는데 흰자가 맑지 않고 뿌옇게 보이면, 상한 게 아닌가 싶어 멈칫하게 된다. 흔히 흰자는 투명할수록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다. 흰자가 뿌연 계란이 오히려 더 신선한 것이다. 이 반전만 알아도 멀쩡한 계란을 의심하며 버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뿌연 흰자의 비밀은 '이산화탄소'에 있다. 갓 낳은 신선한 계란에는 이산화탄소가 껍질 안에 갇혀 있는데, 이 기체가 흰자를 뿌옇게 보이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가 껍질의 미세한 구멍으로 조금씩 빠져나가고, 그만큼 흰자가 점점 맑고 투명해진다. 즉 흰자가 맑은 것은 신선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지나 가스가 빠져나간 결과인 셈이다.
뿌연 흰자는 신선의 증거
정리하면 이렇다. 흰자가 우윳빛으로 뿌옇게 보이면 갓 낳은 신선한 계란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흰자가 물처럼 맑고 투명하면, 그만큼 시간이 지난 계란이다. 물론 흰자가 맑다고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맑은 흰자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라는 것이다.
신선한 계란의 또 다른 특징은 흰자의 짜임새다. 갓 낳은 계란은 흰자가 노른자 둘레에 탱탱하게 모여 봉긋한 형태를 유지한다. 오래될수록 흰자가 묽게 퍼지고 노른자도 납작해진다. 그러니 흰자가 뿌옇고, 노른자를 단단히 감싸고 있다면 신선하다고 보면 된다.
진짜 위험한 색은 따로
다만 모든 '뿌옇거나 색이 있는' 흰자가 괜찮은 것은 아니다. 신선함의 증거인 뿌연 흰색과, 부패의 신호인 변색은 구분해야 한다. 흰자나 노른자가 분홍빛, 무지개빛, 녹색 등으로 비치면 상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우윳빛 뿌연 흰색은 괜찮지만, 그 외의 이상한 색은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확실한 판단 기준은 냄새다. 신선한 계란은 거의 냄새가 없지만, 상한 계란은 톡 쏘는 듯한 유황 냄새가 난다. 깨뜨렸을 때 이런 냄새가 난다면 색과 상관없이 버려야 한다. 색이 이상하거나 냄새가 나는 계란은 익혀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좋다.
참고로 노른자에 작은 빨간 점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부패와는 다른 것이다. 닭의 몸에서 생긴 미세한 핏자국으로, 신선도와는 큰 관련이 없고 대부분 먹어도 괜찮다. 신경 쓰인다면 그 부분만 걷어 내고 조리하면 된다.
계란 속 '알끈'을 보고 놀라는 경우도 있다. 노른자 양옆에 붙은 희고 도톰한 끈 같은 부분인데, 이를 상한 것으로 오해해 떼어 내는 사람이 많다. 알끈은 노른자를 가운데에 붙들어 주는 정상적인 구조로, 오히려 진하고 또렷할수록 신선한 계란이다. 식감이 거슬리면 걷어 내도 되지만, 그대로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신선한 계란을 오래 두려면 보관도 중요하다. 계란은 씻지 않고 사 온 포장 그대로, 온도가 일정한 냉장고 안쪽에 두는 것이 좋다. 자주 여닫는 문 쪽은 온도 변화가 커 신선도가 빨리 떨어진다. 뾰족한 쪽을 아래로 두면 신선도가 더 오래 유지된다. 이렇게 두면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속도도 늦춰져, 뿌연 흰자를 더 오래 볼 수 있다.
정리하면, 흰자가 뿌연 계란은 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선한 것이다. 맑은 흰자가 좋다는 생각은 오해이며, 진짜 조심해야 할 것은 분홍·녹색 같은 이상 변색과 톡 쏘는 냄새다. 흰자 색을 제대로 읽으면, 신선한 계란을 의심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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