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생명과학고에 위치한 충남 농업계고 공동실습소 모습. /사진=충남 농업계고 공동실습소 제공
충남 농업계고 공동실습소 폐지 조례안 처리방식을 두고 충남도의회와 교육청의 독단적 결정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공동실습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구성원의 의견수렴도 없이 폐지를 강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의회와 교육청은 행정편의 방식의 안건처리가 아닌 시대에 따라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18일 도교육청·의회 등에 따르면 2023년 10월 제정된 '충남 농업계고 공동실습소 설치 조례 폐지조례안'이 지난 11일 열린 제368회 정례회 제1차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안건이 통과됐다. 해당 안건은 22일 열리는 제12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를 앞두고 있다.
1991년 설립된 충남 농업계고 공동실습소는 현재 도내 8개 농업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포크레인, 지게차, 트랙터 등 고가의 농업기자재를 공동으로 활용해 작동원리, 조작 등 실습을 지원해왔다. 또 현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농기계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공동실습소의 기자재가 현재 농업 환경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고 농업계고 내에서 자체적인 실습교육이 가능하다며 실습소 폐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책으로 올해 신설 예정인 AI 직업교육센터에서 스마트 제어 등 농업분야 신산업 전문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동실습소 구성원들은 폐소가 현실화될 땐 농업계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비롯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중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도의회와 도교육청의 의안처리 방식이 불통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폐지조례안에 대한 입법을 예고한 후 7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뒀지만 공동실습소 구성원들은 의견을 모으기엔 기간이 턱없이 짧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실습소 구성원들은 도의회가 1월 말에 열린 제363회 1차 교육위원회에서 해당 조례안이 충분한 검토와 추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지난 11일 열린 회의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꾸며 예고 없이 안건을 상정한 후 가결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의원들이 한차례 현장을 방문하긴 했으나 추가 의견수렴 절차는 일절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서면 의견을 제출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이나 후속 설명도 없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도의회와 교육청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추가 의견수렴을 주문한 것이 아니라 찬반 의결을 앞둔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보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상근 도의회 교육위원장은 "1월에 폐지조례안에 대한 안건이 상정됐을 땐 위원들의 의견이 나눠졌었다"며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로 받아오라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교육청 담당자 역시 의회가 추가 의견수렴의 필요성은 언급했지만 지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구성원들은 민주적 의사결정의 핵심인 참여와 숙의 과정이 생략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례에 따라 공동실습소장을 맡고 있는 공주생명과학고 교장은 "실습소 폐소는 학생들이나 지역주민들에게 농기계 자격증 취득을 사교육에 의존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22일 본회의에서 폐지조례안이 가결될 땐 도의회와 교육청은 도민 의견을 묵살하는 반민주주의 표본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포=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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