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에 대한 최혜대우 요구 등 혐의를 받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 심판 절차를 거치지 않기 위해 자진 시정안을 제시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사가 제시한 시정·상생 방안만으로는 시장 경쟁을 회복하고 입점업체 피해를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사건과 관련해 신청된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전원회의에서 기각하기로 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피해 구제와 거래질서 개선을 위한 시정안을 제출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인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를 적정하다고 판단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제도다. 민·형사 사건에서 ‘합의’와 유사하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최혜대우 요구’와 ‘배민배달 우대’, ‘배달 예상시간 부당광고’ 총 3개 사건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쿠팡은 최혜대우 요구 사건에 한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요청했다. 다만 쿠팡은 와우멤버십과 쿠팡이츠를 연계한 이른바 ‘끼워팔기’ 사건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혜대우 요구는 입점업체에 다른 배달앱보다 불리하지 않은 가격과 최소 주문 금액, 할인 혜택 등을 유지하도록 강요한 혐의다. 배민배달 우대는 수익성이 높은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배달’을 우대하는 대신 음식점 자체 배달 방식인 ‘가게배달’에는 불이익을 부과해 배민배달 전환을 유도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배달의민족은 배민배달 서비스가 실제보다 더 빠른 것처럼 광고한 부당광고 혐의도 받는다. 쿠팡은 최혜대우 요구 혐의 외에도 쿠팡이츠와 와우멤버십을 연계한 이른바 ‘끼워팔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배달의민족은 공정위에 제출한 시정방안에서 가게배달 입점업체 수수료 인하 등을 포함해 3년간 총 3천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책을 제시했다. 또 최혜대우 요구를 폐지하고 향후 유사한 조건을 설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경쟁 질서 회복 방안도 함께 내놨다.
쿠팡은 와우 관련 정책 운영에 영향을 받은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하는 등 4년간 총 6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 계획을 제안했다. 아울러 최혜대우 요구 관련 표시를 삭제하고 와우 멤버십과 무료 배달 혜택을 연계한 정책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들 시정방안의 구체성과 입점업체 피해 해소의 실효성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양사의 위반 행위로 영향을 받은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다수고, 경쟁 제한 효과도 상당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문 금액 기준 쿠팡의 점유율은 2023년 약 10%대에서 2024년 30%대로 확대된 반면, 배달의민족은 같은 기간 약 80%대에서 50%대로 축소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애초 여러 사업자가 이 시장에서 경쟁해보려고 했으나, 두 회사의 위법 행위로 2개 법 위반 사업자가 과점하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입점업체가 시정방안에 반대 의견을 제기하는 등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이 충분하지 않아 동의의결을 개시하더라도 법 위반 상태를 신속히 해소하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의민족의 ‘성장 단계별 맞춤 프로모션 패키지 지원’과 쿠팡의 ‘광고·마케팅 비용 지원’ 등 일부 지원책이 기존 프로모션과 중복된다는 점도 고려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의의결 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공정위는 본안 심의를 통해 배달의민족과 쿠팡의 위법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은 최혜대우 요구 혐의만으로도 배달의민족 약 7천300억원, 쿠팡 약 7천100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배달의민족은 여기에 배민배달 우대와 부당광고 혐의까지 포함될 경우 관련 매출액이 약 7조7천800억원으로 산정됐다. 쿠팡이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은 끼워팔기 혐의 관련 매출액도 약 5조2천600억원으로 추산됐다.
공정위는 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6%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배달의민족은 3개 혐의를 합산해 약 2천390억~5천100억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거론된다.
쿠팡은 동의의결을 신청한 최혜대우 요구 혐의만으로도 약 250억~42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다만 끼워팔기 혐의 관련 매출 규모가 더 큰 만큼 본안 심의에서 해당 혐의까지 인정될 시 쿠팡의 과징금 규모 역시 수천억원대로 확대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동의의결이 기각된 데 대해 “시장 경쟁질서를 빠르게 회복하고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는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업주와 고객,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쿠팡도 “입점 매장과의 상생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동의의결안을 제출했다”며 “향후 심의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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