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빌라 입주민들이 수년간 알지 못한 채 부담해 온 인터넷 통신설비 전기요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가 통신설비 공용전기 사용 실태를 전면 점검한 결과 일부 공동주택에서 통신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이 관리비에 포함돼 입주민들에게 전가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환급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공동주택 인터넷설비 공용전기료 보상 신청을 위한 통합 관리 시스템과 전담 상담 창구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동안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는 통신사별 고객센터를 통해 개별적으로 문의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하나의 시스템에서 신청부터 처리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문제가 된 설비는 아파트와 빌라의 통신실이나 공용단자함에 설치된 인터넷 분배기와 증폭기 등이다. 이 장비들은 각 가정에 인터넷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건물 공용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신사가 내야 할 전기료, 왜 관리비에 포함됐나
원칙적으로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해당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별도 정산 없이 관리비에 포함돼 입주민들이 대신 비용을 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물주 명의로 정산된 공용전기 사용액만 해도 KT가 400억원 이상,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각각 수백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별도 계량기 없이 공용전기에 연결된 설비에서 발생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통신업계는 지난해부터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전국 공동주택 내 통신설비를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진행해 왔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환급 절차를 마련했다. 전국적으로 10만 곳이 넘는 공동주택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급 신청은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진행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빌라 관리단이 건물 내 통신설비 현황을 확인한 뒤 전용 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이후 사업자별 확인 절차를 거쳐 보상 여부와 환급 규모가 결정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환급에 그치지 않고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신규 통신설비 설치와 운영 과정도 체계적으로 관리해 통신사업자의 비용이 관리비로 전가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환급 대상 여부를 미처 알지 못하는 공동주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관련 문의도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환급 규모는 건물별 설비 현황과 사용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장기간 누적된 경우 적지 않은 금액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환급 대상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비용 부담 구조가 바로잡히면서 입주민들의 권익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