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 컴퓨터 전원을 켠 청년층 직장인들의 책상을 살펴보면 공통으로 놓여 있는 조그만 물건이 눈에 띈다. 바로 '왁뿌볼'이다. 이것의 정체는 오전 업무를 보다가 머리가 지끈거릴 때 손으로 꾹꾹 쥐어짜고 부수며 만지는 촉감 장난감이다.
과거에는 문방구 매대에서 어린아이들이나 가지고 놀던 전유물로 생각했으나, 지금은 고물가 시대에 지친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가볍게 손때를 묻히는 필수 비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독한 술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는 기성세대의 문화를 벗어나, 손끝에 전해지는 바삭한 소리와 감촉에 몰입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를 짚어보았다.
부수고 쥐어짜는 감각… 술자리 대체하는 만원 안팎의 소확행
촉감 완구 시장에서는 '왁뿌볼'이 커다란 주축을 이루고 있다. 기계식 키보드의 누르는 소리를 재현한 '키캡 완구'나 손으로 쥐어짜는 '말랑이' 역시 이러한 흐름에 속한다. 과거에는 문방구 앞 어린이들이나 가지고 놀던 가공품으로 치부되었으나, 지금은 직장인들이 회사 책상 위에 올려두고 업무 중 답답할 때마다 꺼내 드는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청년들은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시며 큰돈을 쓰기보다, 1만 원 안팎의 소액으로 손끝에 전해지는 자극에 몰입한다. 손을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유도해 불안감을 낮추는 장난감류는 고물가 시대에 지친 청년들이 거창한 소비 대신 개인적인 취향과 일상 속 기분 전환을 챙기는 소소한 행복으로 기능한다.
정부의 여가 활동 실태 자료를 살펴보면 문화생활에 쓰는 전체 비용은 도리어 줄어든 반면, 소규모로 즐기는 아날로그식 취미 가짓수는 늘어나 청년층의 소비 이동을 증명한다.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음주로 시름을 달래는 이전 세대의 문화를 벗어나, 인체에 해가 없고 자그마한 가전·문구 소품으로 감정을 환기하려는 경향이 한층 선명해졌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소리… 디지털 피로감 지우는 아날로그 소품
이러한 유행은 SNS와 영상 플랫폼을 타고 들불처럼 번지는 중이다. 완구를 손으로 누르고 비비거나 부술 때 발생하는 독특한 소리를 담은 영상 콘텐츠는 수십만에서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청년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일상의 피로감 속에서 아주 작은 감각적 자극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짚는다.
특히 온종일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디지털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년층일수록, 손으로 직접 만지고 귀로 바로 듣는 아날로그적 물질에 더 큰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방을 인형으로 꾸미는 가방 꾸미기나 모니터 주변을 꾸미는 데스크테리어 문화와 맞물려, 장난감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청년들의 마음을 돌보는 자가 치유 수단으로 진화했다. 손바닥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마찰력이 삭막한 업무 환경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을 잠시나마 누그러뜨리는 차단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첨가제 노출 위험… 중국산 수입품의 화학적 그늘
한편 슬라임, 왁뿌볼, 키캡 제품 대다수는 국내 조립이 아닌 중국에서 대량 제조되어 유통되는 수입품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화학 성분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묻어나올 위험이 있다. 프탈레이트는 몸속 호르몬 체계를 뒤흔드는 환경호르몬으로, 몸에 오랜 기간 쌓이면 갑상선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생식 능력을 떨어뜨리는 유해 물질이다.
만약 장난감을 손으로 만졌다면 입이나 눈을 비비지 말고 반드시 흐르는 물에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음식을 먹어야 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특히 밀폐된 사무실 책상 위에 이러한 완구류를 장기간 올려두고 수시로 만지는 직장인이라면 화학 물질의 흡수율이 높아질 수 있어 주기적인 환기와 손 세척이 필수적이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