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의 공식 기록이 공개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 국정조사 특위 소속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18일 제출받은 해당 투표록에는 '일련번호 미기재 용지 100매 수령', '투표관리관 날인이 빠진 채 교부가 수분간 지속됐다'는 등의 기록이 생생히 남아 있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압수수색 대상과 동일한 이 투표록은 서울 광진·강남·동작·송파·서초구 소재 439개 투표소 전체를 포괄한다. 특히 혼란이 가장 극심했던 송파구에서는 올림픽공원 봉쇄 시위로 접근 불가한 일부를 제외하고 52개소의 기록이 제출됐다.
■ 정자에서 갈겨쓴 글씨로…기록 자체가 보여주는 급박함
잠실2동 제6투표소의 경우 오후 2시53분 잔여 용지가 238매로 줄자 추가 요청이 이뤄졌으나 회신이 없었고, 4시35분에는 모든 용지가 바닥나 투표가 전면 중단됐다. 오후 6시경 추가분이 도착한 이후부터는 단정한 필체 대신 급하게 휘갈긴 메모들이 이어진다. 수기로 기재된 용지에서 오류가 다수 발견되고 날인까지 누락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기록자의 당혹감이 글씨체에 그대로 묻어났다.
잠실7동 제2투표소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오후 3시30분 잔량 220매를 확인한 뒤 15분 만에 200매를 추가 신청했고, 4시46분 투표를 잠정 멈추고 대기표를 배부했다. 5시39분 추가 용지가 도착한 후에는 일련번호를 직접 손으로 적어 넣어야 했다. 인근 우성아파트 주민들에게 안내 방송을 몇 차례나, 어떤 문구로 전달했는지도 빼곡히 적혀 있었다. 대기표를 수령하고도 오후 8시35분까지 나타나지 않은 유권자 수는 '17명'으로 기재됐으나 숫자 위로 덮어쓴 흔적이 역력하다.
■ 투표소마다 제각각인 기록 수준
기록의 완성도는 투표소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잠실4동 제2투표소는 별다른 내용 없이 오후 5시45분 '제5투표소 용지 부족으로 선거별 200매씩 전달'이라는 문장이 갑자기 등장했다. 반면 해당 용지를 받은 제5투표소 기록에는 4시8분 '용지부족으로 선거중단', '총 교부량 1천900매'라고만 적혀 있어 전달 수량의 정합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제5투표소에는 '2·3차 추가분 인수인계서 누락으로 미수령'이라는 문구도 남아 있다.
잠실4동 제6투표소는 5시15분 '선관위에서 100매 추가 전달', 5시30분 '일부 용지 부족, 일련번호 없음'이라고만 적고 후속 경과가 없었다. 제7투표소는 오후 2시40분과 4시46분 등 여러 차례 투표가 멈췄으나 '잠시 중단'으로만 표현했다. 추가 배부 현황은 '선관위 300매(100매×3회)'라고 적었다가 'X' 표시 후 400매로, '타 투표소 200매(100매×2회)'는 줄을 긋고 100매로 각각 수정한 흔적이 남았다.
가락2동 제3투표소 기록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제2투표소에서 400매 차용', '대기 선거인에게 전화 안내', '수기 작업 시간 과다 소요', '50매 순식간에 소진', '일련번호 전부 불일치' 등의 문구가 줄도 맞지 않은 채 어지럽게 나열됐다.
■ 송파 넘어 강남·광진까지 번진 혼란
비정상적 상황은 송파구 바깥으로도 확산됐다. 강남구 청담동 제4투표소에서는 선관위로부터 400매를 추가 수령했으나 일련번호가 없었다고 적혀 있다. 기록자는 '수차례 통화 시도 끝에 100매, 100매, 200매로 세 번에 걸쳐 배달됐고 오후 3시30분과 4시30분 두 차례 투표가 멈췄다'며 불통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광진구 구의3동에서도 제3투표소가 제6투표소에 200매씩 이관했다는 기록이 확인됐다. 제6투표소에는 '용지 부족으로 대기 필요하다고 안내하자 시간이 없다며 포기하고 귀가한 유권자 발생', '민원 접수됨' 등의 상황이 담겼다.
이 밖에도 다수의 투표록에서 '용지 차용하러 이동 중', '중단 항의 민원인 소란 극심' 같은 문구가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주 의원은 "번호 없는 용지, 날인 누락, 수기 오류 등 현장의 총체적 혼란이 기록 그 자체로 입증됐다"면서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된 이상 선관위의 관리 부실에 대해 빠짐없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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