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내부통제 붕괴" vs "사모펀드 불법 투자"…증선위 제재가 키운 고려아연-영풍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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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내부통제 붕괴" vs "사모펀드 불법 투자"…증선위 제재가 키운 고려아연-영풍 전면전

비즈니스플러스 2026-06-18 11:05:12 신고

고려아연 CI·영풍 CI. /사진=각 사 홈페이지.
고려아연 CI·영풍 CI. /사진=각 사 홈페이지.

금융당국이 영풍과 고려아연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해 나란히 중징계 철퇴를 내린 가운데, 양측이 이를 상대 경영진의 치명적 결함으로 규정하고 감사위원회의 직무 유기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면전에 돌입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두 회사의 사업보고서 감리 결과를 바탕으로 중징계를 의결한 이후 양측의 공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양측이 금융당국의 공식 제재를 명분 삼아 상대방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무력화하려는 고도의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선위는 앞서 영풍에 대해 과징금 부과, 3년간의 감사인 지정, 전임 대표이사 해임 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등의 강도 높은 제재를 의결했다. 제련소 주변 임야와 하부 토양, 그리고 지하수 정화를 위해 쌓아두어야 할 충당부채를 장부에 고의로 적게 반영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하수 정화 충당부채 과소 계상 규모는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각각 11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제련소 유형자산의 손상차손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도 지적받았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이를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회의 기능 상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수년에 걸쳐 대규모 회계 부정과 환경 부채 누락이 발생했음에도, 이사회를 견제해야 할 감사위원회가 재무제표 검토와 내부통제 점검 의무를 방기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서는 영풍 감사위원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22년부터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A 사외이사의 경우, 영풍그룹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장형진 명예회장과 같은 해 동일한 대학 상학과를 졸업한 동문이라는 점에서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2022년 합류한 B 사외이사는 방송사 연출가 출신으로 교향악단 대표 등을 지냈으며, 회사 측이 밝힌 그의 전문 분야 역시 '사회공헌'에 국한되어 있어 수천억 원 규모의 복잡한 회계와 재무를 검증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영풍 측은 즉각 반발하며 고려아연 최윤범 사내이사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최 이사 측이 금융당국의 의결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신들의 회계 이슈는 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추정의 차이'일 뿐 고의적인 비위가 아니라는 항변이다.

오히려 영풍은 고려아연이 최근 증선위로부터 지적받은 회계 부정과 불투명한 투자 행태가 훨씬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맞불을 놨다. 특히 최 이사 주도로 이루어진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이그니오 홀딩스 지분 인수, 청호컴넷 관련 자금 거래 등을 불법성이 의심되는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영풍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 이사와 초·중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이 설립한 운용사이며, 이그니오 투자 역시 이사회의 정상적인 심의와 의결 절차를 무시한 채 최 이사의 독단으로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의 막대한 자금이 어떤 근거와 판단으로 집행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주주 가치가 얼마나 훼손되었는지 철저한 검증이 시급하다"며 고려아연 감사위원회가 즉각적인 자체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단순한 회계 기준 위반 논란을 넘어, 향후 이사회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명분 싸움으로 보고 있다. 상법상 감사위원회는 경영진의 직무 집행을 감사하고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적인 '견제 구역'이다. 상대방 회사 감사위원회의 무능과 직무 유기를 입증하는 것은 곧 현 경영진의 정당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해 다가올 주주총회 등에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며 "특히 회계 및 배임 의혹은 외국인 투자자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보 없는 공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라는 국가 기관의 공식적인 지적 사항이 나온 만큼, 이를 근거로 한 주주대표소송이나 경영진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고발 등 본격적인 사법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향후 관건은 이사회 개편을 둘러싼 임시주주총회 등에서의 표 대결이다. 영풍과 고려아연 양측 모두 의결권 과반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의 내부통제 부실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사진 해임안이나 신규 감사위원 선임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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