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가 최대 채권단과 대주주 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메리츠금융 측이 17일 홈플러스 및 MBK파트너스 앞으로 발송한 최종 제안 공문의 핵심 내용이 18일 업계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문서에는 19일 오전까지 1천억원을 에스크로 계좌로 입금하겠다는 의향이 담겼으나, 동시에 추가적인 책임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공문이 제시한 조건은 상당히 무겁다. 회생 진행에 필수적인 추가 운영비 및 자금 부족분 1천억원을 MBK 측이 자체 조달하여 별도 예치할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 더해 MBK파트너스의 연대보증과 함께 김병주 회장 개인의 일반보증 의사까지 명확히 확인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업계는 회생 추진에 총 2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MBK 입장에서 추가로 1천억원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이미 약 2천200억원이 직간접 경로로 투입됐고, 법인 및 개인 차원의 보증까지 제공하며 동원 가능한 신용 여력이 바닥났다는 것이 MBK의 설명이다.
특히 회사 보증이 이미 제시된 상황에서 김 회장의 개인보증까지 추가로 요구받을 이유가 없다는 게 MBK의 기본 입장이어서, 메리츠가 내건 이 조건의 수용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메리츠금융이 대안으로 언급한 '부동산 신탁재산 후순위 담보권 설정 동의' 방안도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미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된 법인의 자산에 대해 기존 대주단이 추가 담보 설정을 허용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수십조 원 규모를 운용하는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가 1천억원 수준의 추가 지원을 꺼리는 모습에 대해 대주주로서의 책임 의식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메리츠금융 측은 MBK와 김 회장의 보증이 적법·유효하게 확인되는 즉시 대출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1천억원 추가 조달 요구는 대출 실행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번 제안의 유효기한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인 7월 3일까지다.
최대 채권자와 최대 주주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홈플러스는 현금 고갈로 인한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메리츠는 추가 자금 집행에 따른 주주 반발을 우려하고, MBK는 더 이상의 투입을 부담스러워하며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자금 확보가 끝내 무산되어 파산으로 귀결될 경우, 납품 관계로 연결된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이 연쇄 도산 위험에 노출된다. 마트 종사자들의 일자리 불안까지 가중되어 사회적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이달 말 하림그룹 계열 NS쇼핑에 매각되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인수 예정사의 지급보증으로 상품 공급이 정상화된 후 실적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익스프레스 매출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48% 늘었으며, 이는 회생 개시 이후 부진이 일시적 공급 차질에서 비롯됐음을 방증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마트 부문 역시 소비자 수요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어, 원활한 상품 공급만 뒷받침되면 단기간 내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MBK 관계자는 "홈플러스 전 구성원이 사력을 다해 회생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끊긴다면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수많은 생계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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