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10년] ②지금 런던 시민들은…"다시 돌아가자" vs "EU는 이미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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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10년] ②지금 런던 시민들은…"다시 돌아가자" vs "EU는 이미 실패"

연합뉴스 2026-06-18 06:0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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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논쟁…"편가르기 심해져" 우려에 "이민 막아야" 강경론 맞서

여론조사서도 탈퇴 후회감↑…'브리그렛' 말 나오지만 실제 재가입엔 신중론

영국 의사당과 처칠 동상 영국 의사당과 처칠 동상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궁 앞 의회 광장에서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12개 금색 별이 원을 그린 파란색 유럽연합(EU) 깃발이 드리운 가운데 '우리에겐 EU가 필요하다'고 큼지막이 쓰인 전단을 나눠주는 활동가들 사이로 "노(No) EU!"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브렉시트, 즉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국민투표 10주년을 열흘 앞둔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일링의 중심가에선 친유럽통합 단체 '유럽운동 영국'(European Movement UK) 지역 활동가들이 EU 재가입 여론 조성을 위해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유럽운동 활동가 캐롤라인 씨는 "우린 전후에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창립한 이후 쭉 존속해온 단체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실망감으로 더욱 활성화됐다"며 "EU로 되돌아가기 위한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이 설치해둔 투표판에는 '나이절 패라지(우익 영국개혁당 대표)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EU 가입 기회는 위기에 처할까', '지금이 정부가 3개 레드라인(관세동맹, 단일시장, 이동의 자유) 공약을 폐기할 때인가' 등의 질문이 적혀 있었다.

친유럽통합 단체의 캠페인인 만큼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이들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을 고려해도 '예스'(Yes) 칸에만 스티커가 가득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거리에선 국민투표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엇갈리는 영국인들의 민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활동가들에게 손사래를 치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들부터 왜 EU에 돌아가면 안 되는지 활동가들과 즉석 논쟁을 벌이는 이들, 빨리 재가입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표시하는 이들까지 다양했다.

EU 재가입 촉구하는 친유럽통합 단체 활동가들 EU 재가입 촉구하는 친유럽통합 단체 활동가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일링에서 '유럽운동 영국' 활동가들이 유럽연합(EU) 재가입 여론 조성을 위한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 시민 마리아 씨는 "브렉시트 때문에 물가가 올랐고 공항에서 대기하는 줄이 길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영향받고 있다"며 "우리 직장에선 이탈리아인 동료 한명이 비자 문제가 해결 안 돼 돌아가야 한다.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일하는 캣 씨는 브렉시트 전에는 영국 학생과 같았던 EU 유학생들의 등록금이 대폭 올라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면서 "영국 대학들이 다른 유럽 대학들과 학생 유치나 등록금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 모두 최근 제기되는 EU 재가입론에 동의하는지 묻자마자 "그렇다. 국민투표가 또 치러진다면 잔류에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에 '노(No) EU'를 외치며 활동가들을 지나친 이들에게 다가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우린 EU 국가 출신 영국 시민인데 EU가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확신에 찬 답이 돌아왔다.

메리 씨는 "EU는 실패했다. EU는 유럽 기업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가봐라. 모두 EU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영국은 이제 돌아가고 싶다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함께 있던 미카엘 씨는 "나머지 회원국들이 독일에서 돈을 빌리고 독일 통제 아래 들어가는 게 EU 시스템"이라며 "영국은 강력한 자체 통화를 가지고 운영해왔으니 재가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운동 활동가들의 전단을 가리키며 "EU는 거기 쓰인 걸 하나도 해주지 않는다. 좀 웃긴다"라고 덧붙였다. 전단에는 "EU는 우리의 가치들을 보호합니다. 평화, 민주주의, 평등권, 공동 번영, 양질의 식품·공기·물, 통합, 안보, 법치주의"라고 쓰여 있었다.

영국개혁당 패라지 대표(가운데)가 10일 보궐선거 후보, 지역 주민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영국개혁당 패라지 대표(가운데)가 10일 보궐선거 후보, 지역 주민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0년 전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근본 원인과 동력으로는 국가 운영의 자율성과 함께 이민 이슈가 꼽힌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같은 탈퇴 진영은 EU의 핵심 원칙인 이동의 자유 탓에 영국 경제에 도움은 되지 않고 복지 혜택만 챙기는 이주민이 대폭 늘었다며 국경 통제를 주장해 왔다.

이날 재가입 캠페인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이민은 주요 화제였다.

활동가들 앞에 멈춰 선 한 젊은 남성은 "불법 이민자가 와서 일도 안 하고 복지 혜택을 받는 게 괜찮나", "이민자를 받기엔 영국인들도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은 안 드나", "EU가 이민 단속에 도움이 된다는데 좌파당을 찍는다고 이민자를 줄일 수 있겠나" 등을 따져 물었다.

이 청년은 "무고한 사람이 인종차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죽어도 괜찮은가"라고도 했다. 최근 영국에선 시크교도가 백인 청년을 찔러놓고선 출동한 경찰에 자신이 인종차별 공격을 당했다고 거짓말하는 바람에 피해 백인 청년이 수갑을 찬 채 사망한 일이 논란이 됐고,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6월 2일 백인청년 피살 사건 경찰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자 6월 2일 백인청년 피살 사건 경찰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운동 활동가 캐롤라인 씨가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설명했지만, 이 청년은 전혀 수긍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활동가는 "그들(반이민 세력)은 특정 대상을 겨냥해 이들을 부추길 특정 사건을 부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체감한다는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는 사라 씨는 "브렉시트 이후로는 환자들이 내 동료들에게 더 대담하게 인종차별적 태도를 표출하는 걸 본다"며 "'우리 대 그들' 같은 편 가르기 마인드가 있다. 정말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국민투표 10주년을 앞두고 브렉시트에 관한 여론조사나 전문가들의 연구 보고서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데, 탈퇴 선택에 대한 상당한 후회감이 드러난다. '브렉시트'에 '후회'라는 말을 결합한 '브리그렛'(Bregret)이란 표현도 일찌감치 오르내렸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킹스칼리지런던(KCL)과 연구단체 '변화하는 유럽 속 영국'(UKICE)의 의뢰로 지난달 2천2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치른 게 옳았다는 응답은 43%로 2016년의 66%보다 크게 낮아졌다. 브렉시트가 예상보다 나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응답자는 48%로 2021년 3월(28%)보다 급증, 절반에 육박했다.

EU 재가입 촉구하는 친유럽통합 단체 활동가들 EU 재가입 촉구하는 친유럽통합 단체 활동가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일링에서 '유럽운동 영국' 활동가들이 유럽연합(EU) 재가입 여론 조성을 위한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싱크탱크 정부연구소(IFG)의 질 러터 선임 연구원은 15일 외신기자협회(FPA) 브리핑에서 "국민투표 겨우 10년 만에 이 논쟁이 다시 떠오른 이유는 브렉시트가 기대했던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점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러터 연구원은 "현재 재가입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상당 부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영향이 작용하기에 조금은 걸러서 봐야 한다"며 "우리가 회원국이었을 때 경제가 안 좋으니 탈퇴하자는 반응이 나왔고, 지금은 비회원국이니 재가입하자는 여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현재 벌어지는 재가입 논쟁과 관련해 실제로 제2의 국민투표가 치러지거나 정부가 재가입을 추진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조엘 릴랜드 UKICE 선임 연구원도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란 정치적 파괴력이 엄청나기에 정부가 종국에 이 방안을 택한다면 매우 놀라운 일일 것 같다"며 "앞으로도 수년간 EU 관계 설정 방향에 따른 영향의 스펙트럼은 엄청나게 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렉시트 10년 연구 결과 설명하는 연구진 브렉시트 10년 연구 결과 설명하는 연구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변화하는 유럽 속 영국'(UKICE) 연구진이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열오버시스리그에서 열린 외신기자협회(FPA) 브리핑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10년에 관한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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