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디저트 브랜드 요아정을 비롯해 리치빔(피자나라치킨공주), 노랑푸드(노랑통닭), 명륜당(명륜진사갈비) 등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잇따라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내수 부진과 원가·인건비 부담, 시장 포화에 각종 규제까지 한꺼번에 덮치면서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 속 외식 매물은 쌓이는 반면 저가 커피나 유명 버거 브랜드 등 일부 가성비 브랜드에만 제한적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업들이 M&A 시장에 나와 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라면서 “지난해보다 매물은 크게 늘었지만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태다.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들마저 거래가 장기화하는 것은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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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가맹점주…“팔아도 남는 게 없다”
K프랜차이즈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경쟁 심화 속에서 인건비와 수수료 폭탄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여기에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1만 2000원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치킨 프랜차이즈의 손익계산서를 뜯어보면 불균형의 실체가 드러난다.
업계 상위권 치킨점 한 가맹점주가 직접 계산해 게시판에 올린 치킨 한 마리의 원가 구조를 보면 원재료비와 배달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하면 한 마리당 실제 남는 돈은 몇천원 수준에 그쳤다. 소비자가 2만 3000원짜리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을 때 본사가 가져가는 원재료비(생닭, 튀김유, 소스, 파우더, 포장 박스 등)는 1만 1756원 수준이다. 배달 플랫폼이 가져가는 비용은 약 6000원을 차지한다. 여기에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정작 점주는 알바생 시급보다 못한 이익률을 받아 드는 기형적 유통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이는 결국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데이터허브 분석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폐업한 커피전문점은 4542개로 개업 점포수 3773개를 웃돌았고, 치킨전문점 역시 폐업 점포가 1031개로 개업 점포 829개보다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외식 프랜차이즈 폐점률은 13.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10.7%, 2022년 11.4%, 2023년 12.6%, 2024년 13.4%에 이어 5년 연속 상승세다. 업계에서는 올해 폐업하는 가맹점 수만 전국적으로 3만 개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본사도 흔들린다…소송·규제 ‘이중고’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사상 초유의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때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공 공식은 단순했다. 공격적인 신규 출점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가맹점에 부자재를 공급하며 발생하는 유통 마진, 즉 ‘차액가맹금’을 통해 본사의 덩치를 키우는 모델이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 포화로 신규 출점 효과가 줄어든 데다, 올 연말 시행을 앞둔 가맹사업법 규제와 대규모 차액가맹금 소송 확산 등 사법 리스크로 이 구조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들조차 기존의 수익 모델과 운영 방식을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경고등이 켜진 이유다.
실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 휘말렸거나 법적 분쟁 절차가 진행 중인 브랜드만 해도 교촌치킨, BBQ, bhc, 굽네치킨 등 대형 치킨 업체부터 메가MGC커피, 투썸플레이스, 배스킨라빈스, 맘스터치, 버거킹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20여 곳을 넘어섰다.
제도적 압박 역시 본사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올 연말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꿀 후폭풍으로 꼽힌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맹점주 단체에 본부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점주 단체가 공급가 인하나 마진 공개를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설 경우 본사는 이를 거부할 법적 명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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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마진에서 로열티 모델로”
전문가들은 K프랜차이즈가 이 거대한 폭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신뢰 회복’을 꼽는다. 본사가 점주들과 이익을 다투는 구조를 끝내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제는 가맹본부와 점주가 함께 파이를 키우고 수익을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투명한 유통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다연 동반성장연구소 이사는 “단기적인 정책자금 지원이나 대출 만기 연장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고물가와 소비 침체, 규제가 얽힌 프랜차이즈 산업의 연쇄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유통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을 일원화하고, 본사와 점주가 리스크와 이익을 함께 나누는 신뢰 기반의 투명한 로열티 시스템으로 체질을 혁신해야만 K프랜차이즈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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