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에도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다수 출전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에도 좋은 선수가 기라성같이 많다' '각 분야 전문가가 기라성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 기라성(綺羅星. きらぼし. 기라보시)이다. 신분이 높거나 권력이나 명예 따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전은 기라성에 대해 이렇게 부연한다.
이 말, 조어 형태가 별나다. '반짝반짝'이 일본말로 'きらきら(기라기라)'다. 한자 기라(綺羅)를 빌려 쓰고 '별 성(星)'까지 붙였다. '반짝별' 꼴이다. 국립국어원이 일본어 투라며 '빛나는 별'로 다듬은 이유다. 순화한 게 1997년인데 지금껏 기라성을 대체하지 못했다. '빛나는 별'은 빛나지 않는다. 사전이 기라성을 표제어로 올려 친절하게 설명한 까닭을 알겠다. 사람들은 여전히 기라성, 기라성 한다.
그게 안타까웠던 것일까. 국어책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문법편)』는 '내로라하다' '한가락 하다'를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한다. 기라성 같은 선수란 내로라하는 선수이며, 한가락 하는 선수라는 것 아니겠나. 제 나라 말로 제 생각을 다 펼칠 수 없는 일본말의 한계 속에서 태어난 말을 우리가 쓰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한중일 언어 관련성이 새삼스럽다. 기라성만 해도 그렇다. 성(星)은 중일, 별은 한일의 관련성을 보인다. 일본말로 별은 원래 ほし(호시)다. 모음 'ㅕ'가 'ㅗ'로 변천하여 볼이 된다. 볼의 입술소리(ㅂ)는 일본말에서 목구멍소리(ㅎ)로 읽힌다. 받침 'ㄹ'은 일본말 'ㅊ'으로 반영되기 마련이니까 볼은 ほち(호치)가 되고 ㅅ ㅈ ㅊ → ㅅ의 변화를 거쳐 '호시'에 이른다. 무관할 것 같은 별과 호시의 관련성이다. 비슷한 이치로 된 짝이 더 있다. 벌(쏘는 벌)과 하치(はち. 蜂 벌 봉)도 그중 하나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관식, 『일본어 漢字읽기』, 정진출판사, 2000
2.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문법편)』, 한국교육방송공사(EBS), 2023
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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