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잘나가는데…우리는 왜 계속 불안한가[김학균의 투자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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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잘나가는데…우리는 왜 계속 불안한가[김학균의 투자레슨]

이데일리 2026-06-18 05:36: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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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작년 4분기 이후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눈부신 양적 성장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최근의 가파른 랠리가 시장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 덕분인지, 아니면 특정 시기에 반짝 나타난 일시적 과열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탓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이데일리DB )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붙어 있다. 실제로 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코스피가 800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8배에 불과하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 역시 1.9배 정도로 중국을 제외하면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한국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이익과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여전히 시장이 기업 가치를 충분히 평가해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저평가와 저성과는 다른 문제다. 한국 증시는 저평가되어 있을 수는 있어도 성과가 나쁜 시장은 아니었다. 물론 최근의 상승세가 너무도 단기간에 진행된 면이 있지만 시계를 훨씬 더 뒤로 돌려 장기적인 궤적을 추적해 보아도 코스피는 결코 패배자가 아니었다. 많은 투자자가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미국 증시와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코스피 지수는 1980년 1월 4일,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 역시 107포인트로 절대적인 레벨이 한국과 비슷했다. 그로부터 46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6월 16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8726포인트를 기록하며 약 87.2배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재 7511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S&P 500 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69.5배 상승해 장기 성과가 코스피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에 한국 증시의 상승 폭이 대거 집중된 것은 사실이지만, 코스피가 산정되기 시작한 1980년부터 2018년까지의 긴 여정을 보더라도 한·미 증시 간의 장기 수익률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최근 5~6년 동안 미국 증시가 독주하면서 벌어졌던 성과의 격차를 한국 증시가 단기간에 무서운 기세로 만회했을 따름이다.

실제로 코스피가 만들어진 1980년 이후 전 세계 주요국 증시의 연평균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한국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시장은 전 세계를 통틀어 미국 나스닥시장이 유일하다. 나스닥지수가 연평균 11.7%(총 1만 7351%) 상승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코스피가 연평균 10.0%(총 8626%)의 수익률로 당당히 세계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뒤를 대만 가권지수(연평균 9.9%, 총 8235%)와 미국 S&P 500 지수(연평균 9.5%, 총 6858%)가 잇고 있다. 반면 유럽의 맹주인 독일 DAX 지수(연평균 8.7%, 총 4904%), 아시아의 금융 허브였던 홍콩 항셍지수(연평균 7.4%, 총 2685%), 그리고 오랜 침체를 겪은 일본 니케이 225 지수(연평균 5.2%, 총 956%) 등의 장기 성과는 한국 증시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다.

이처럼 객관적인 데이터는 한국 증시가 장기 투자하기에 매우 매력적이고 훌륭한 시장이었음을 웅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며, 시장에 대한 집단적인 성공의 믿음을 공고히 다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한국 산업 생태계가 경기민감형 산업(Cyclical)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등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취약한 구조 탓에 주가의 변동성과 진폭이 매우 크다.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주가의 등락이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둘째이자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바로 ‘미흡한 주주환원’에 있다.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은 우리와 산업 구조가 유사한 대만, 일본은 물론이고 심지어 중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낮다. 주가지수의 장기 상승은 비가역적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긴 횡보의 터널을 지나 아주 짧고 강렬한 상승장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는 패턴을 보인다. 지난 15개월 동안 우리가 목격한 한국 증시의 폭발적인 랠리가 바로 그러한 전형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내가 시세를 정확히 맞추어 타이밍 매매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투자의 본질은 시장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오랜 기간 끈덕지게 남아 기업의 성장이 가져오는 과실을 온전하게 누리는 데 있다. 합당한 배당은 투자자가 주가가 지루하게 횡보하거나 흔들리는 와중에도 주식을 팔지 않고 시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붙잡아 주는 가장 강력한 명분이자 버팀목이 된다.

요즘 한국 증시, 특히 반도체 대형주를 향한 열기는 뜨겁다.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이례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홍콩과 런던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서는 삼성전자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2배, 3배짜리 레버리지 파생상품까지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이러한 자극적인 흐름이 천년만년 지속될 수는 없다. 주식시장은 늘 사이클의 지배를 받으며, 강세장과 약세장의 불규칙한 교차 속에서 전진해 왔다. 최근 시장에서 느껴지는 대중의 심리는 이른바 ‘벼락거지’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 이번 상승 사이클의 열차에 탑승하지 못하면 영원히 도태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열된 조바심은 예기치 못한 약세장이 찾아오면 ‘무주식이 상팔자’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으로 돌변하기 마련이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극단적인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 시장을 신뢰하게 만들려면 설령 거친 약세장이 닥치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내재적인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 힘은 결국 기업의 자원배분이 얼마나 주주친화적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배당으로 대표되는 주주환원의 강화는 단순히 지표를 개선하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코스피 8000선이라는 화려한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지속 가능한 신뢰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졌느냐는 점이다. 이제 한국 증시는 투자자들에게 ‘집단적 성공의 경험’을 돌려주는 성숙한 시장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 위대한 전환의 출발점은 바로 주주를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 변화, 즉 지배구조의 개선이 돼야 할 것이다. 반도체 사이클은 언젠가는 꺾이겠지만, 한 번 만들어진 주주친화적인 문화는 없어지지 않는 시장의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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