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오늘] "중국 스파이인 줄"…이웃 살해 뒤 태연히 거울 본 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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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오늘] "중국 스파이인 줄"…이웃 살해 뒤 태연히 거울 본 살인범

이데일리 2026-06-18 00:0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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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5년 6월 18일 ‘은평구 일본도 살인사건’의 가해자 백모씨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일본도 살인사건 가해자 백모씨가 범행 직후 엘리베이터 CCTV에 포착된 모습. (사진=JTBC 보도 캡처)


사건은 2024년 7월 29일 오후 11시 22분께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김모씨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가 일본도를 든 이웃 백모씨와 마주쳤다. 백씨는 일본도를 휘둘러 김씨의 얼굴과 어깨 등을 10여 차례 공격했다.

김씨는 경비실로 향했지만 백씨는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렀고 결국 김씨는 경비실 앞에서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가 응급조치에 나섰지만 김씨는 과다출혈로 숨졌다.

범행 직후 백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CCTV에는 온몸에 피를 묻은 채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옷을 갈아입고 집 안에 있던 그는 경찰에 체포됐다.

백씨는 피해자와 특별한 원한 관계가 없었으며 범행 당시 술이나 마약을 복용한 상태도 아니었다.

조사 결과 백씨는 퇴사 이후 정치·경제 기사 등을 접하며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망상에 빠졌고 아파트에서 종종 마주쳤던 피해자를 자신을 감시하는 스파이로 오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서 일본도로 40대 가장을 살해한 30대 백모씨. (사진=뉴스1)


경찰은 백씨를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한 백씨는 취재진의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백씨가 범행 당시 망상장애 상태였다는 의료진 소견이 제시됐다. 백씨 측은 정신감정 결과를 근거로 범행에 망상장애가 영향을 미쳤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고, 적절한 치료와 교화를 통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백씨가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 피해자를 일본도로 무참히 살해했고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를 ‘중국 스파이’라고 주장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들 역시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법정을 찾아 엄벌을 호소하며 사형 선고를 요구했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처단한다는 분명한 목적 아래 범행을 저질렀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피해자의 아버지 또한 “죄 없는 사람을 악랄하게 살해했다”며 “아들의 죽음이 너무 억울하다. 꼭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백씨에게 무기징역과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내용, 범행 방법의 잔혹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며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선고가 내려지자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의 아내와 어머니는 “억울하다”, “어떻게 사느냐”고 외치며 오열했다. 반면 백씨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법정을 떠났다.

이후 검찰과 백씨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무기징역으로는 범행의 중대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사형을 요구했고 백씨 측은 망상장애에 따른 심신미약을 인정해달라며 감형을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백씨 측 주장에 관해 “피고인의 자아나 현실 판단 능력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람을 살해했을 때 자신이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서도 “사형을 요구한 유족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모든 살인 범죄에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며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 직후 백씨는 법정에서 “진실과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외치다 법원 직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백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지만 대법원은 같은 해 9월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백씨의 무기징역형은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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