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국힘 장동혁 대표가 주창하는 재선거론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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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법] 국힘 장동혁 대표가 주창하는 재선거론의 정치학

투데이신문 2026-06-17 23:41:59 신고

3줄요약

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br>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국민의힘 내부 권력투쟁의 언어가 됐다. 출발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 실패였다. 그러나 지금 정국의 중심은 선관위 책임 규명만이 아니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행정 실패가 장동혁 대표의 ‘전국 재선거’ 주장으로 확장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 깔린 정치적 계산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정치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소비하지 않는다. 사건은 늘 해석되고, 해석은 권력의 방향을 만든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유권자의 참정권을 흔든 중대한 문제다. 선관위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고, 국회가 따져야 할 사안이며,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장 대표가 이를 곧장 ‘전국 재선거’ 구호로 끌어올린 순간, 문제의 성격은 달라졌다.

선관위 책임론은 공적 의제다. 재선거론은 정치적 의제다. 두 의제는 맞닿아 있지만 같지 않다. 투표소 현장에서 벌어진 혼란을 바로잡자는 주장과 지방선거 전체의 정당성을 흔들자는 주장은 다른 문법이다. 전자는 제도 개혁의 언어이고, 후자는 패배 이후 책임을 둘러싼 권력투쟁의 언어다.

국민의힘이 지금 겪고 있는 혼선은 여기서 비롯된다. 장 대표는 선관위 책임을 앞세워 전면 재선거론을 밀어붙이고 있다. 원내지도부는 선거소청을 법적 절차로 관리하려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당내 일부 인사들은 장 대표의 행보를 지도부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자리보전용 구호’로 보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같은 당 안에서 전혀 다른 정치적 계산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의 정치문법은 단순하다. 선관위의 실책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 실책이 장동혁 리더십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참정권 침해 문제를 규명하는 일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묻는 일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이 둘을 뒤섞는 순간, 선관위 개혁론은 힘을 잃고 재선거 정략론만 남게 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해 지난 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등과 면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br>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해 지난 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등과 면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선관위 책임론과 재선거론은 별개 문제

투표용지 부족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갔는데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면, 그것은 단순 불편이 아니다. 민주주의 절차의 가장 기본인 투표권 행사가 현장에서 흔들린 것이다. 선관위는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독립성은 책임 면제권이 아니라 더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장치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감사, 제도개선, 선거관리 매뉴얼 보완을 요구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정당한 문제 제기다. 선관위가 어떤 기준으로 투표용지를 준비했는지, 그 판단은 누가 했는지, 현장 대응은 왜 늦었는지, 같은 문제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했는지 따지는 것은 필요하다. 참정권은 사후 해명으로 복구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관리 실패가 곧바로 선거 전체 무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무효는 분노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법은 위반 사실만 보지 않는다. 그 위반이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본다. 그 문턱을 넘지 못하면 재선거론은 법적 주장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장동혁 대표의 ‘전국 재선거’ 주장이 위험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선관위 책임을 묻는 일은 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전국 재선거를 목표로 싸우겠다는 주장은 중도층에게 선거불복으로 읽힐 수 있다. 국민의힘이 어렵게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혁의 명분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치에서 과잉 구호는 때로 본래 의제를 삼킨다. 선관위 개혁이라는 본질적 과제가 ‘전국 재선거’라는 최대치 요구에 빨려 들어가면, 논점은 바뀐다. 선관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느냐가 쟁점이 된다. 이는 야당에게 결코 유리한 구도가 아니다.

장동혁의 첫 계산은 책임론 방향 전환

지방선거에서 패한 정당 대표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패인 분석이다. 왜 졌는지, 어디서 졌는지, 누구에게 졌는지, 무엇을 바꿀 것인지 답해야 한다. 특히 국민의힘처럼 중도층 회복과 수도권 확장이 절박한 정당이라면 선거 이후의 첫 언어는 쇄신이어야 한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는 그 언어를 재선거로 바꿨다.

이 전환은 우연이 아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거를 지휘한 대표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외부의 강한 적을 설정하면 내부의 시선은 분산된다. 선관위는 실제 실책을 저질렀고, 유권자의 분노도 존재한다. 장 대표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선이 생긴 셈이다.

‘지금은 대표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라 선관위와 싸울 때’라는 구도가 만들어지면, 당내 비판은 쉽게 잦아든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내부총질’로 몰릴 수 있고, 재선거론에 신중한 인사들은 ‘참정권 침해에 미온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정치적 방어에 필요한 프레임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재선거가 실제로 가능하려면 법적 요건과 증거가 필요하다. 전국 재선거라는 구호가 법정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 장 대표에게 남는 것은 강성 구호를 앞세워 당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는 책임이다. 책임론을 피하려 꺼낸 카드가 더 큰 책임론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장 대표의 재선거론은 그래서 양날의 칼이다.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당의 외연 확장에는 부담이다. 자신의 대표직 방어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재건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생존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정당의 장기 전략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대한체육회, 방송 라이브 취재진 등의 진입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내비친 시위 참가자로 인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br>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대한체육회, 방송 라이브 취재진 등의 진입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내비친 시위 참가자로 인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두 번째 계산, 강성 지지층 분노 대변

정당 내부 권력은 결국 지지층의 감정과 연결된다. 선거 패배 이후 당 대표가 살아남으려면, 지지층이 여전히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를 만들어야 한다. 장 대표의 재선거론은 바로 그 신호다. 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선관위 실책’에 머물게 하지 않고 ‘참정권 침해’와 ‘선거 정당성’의 문제로 확대했다.

강성 지지층에게 이 구도는 선명하다. 선관위가 잘못했고, 국민의힘은 싸우고 있으며, 대표는 물러서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된다. 복잡한 법리보다 강한 구호가 먼저 작동한다. “전국 재선거”라는 말은 현실 가능성보다 정치적 결집 효과가 크다. 장 대표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강성 지지층을 향한 언어가 곧 국민 전체를 향한 언어는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에서 진 야당이 선거관리 실패를 문제 삼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 선거 전체를 흔드는 순간, 중도층은 야당의 문제제기를 제도개혁이 아니라 선거불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국민의힘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잃은 것은 보수층의 분노가 아니다. 중도층의 신뢰다. 지방선거 이후 필요한 것은 설득력 있는 쇄신의 언어다. 그러나 재선거론은 반대로 작동한다. 내부 지지층의 정서를 달래는 데 집중할수록 외부 유권자와의 거리는 멀어진다.

원내 갈등은 전략 충돌

이번 사태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엇갈린 언어다. 장동혁 대표는 전국 재선거를 말하고, 정점식 원내대표는 선거소청이 곧 전면 재선거 요구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같은 절차를 두고 당의 투톱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것은 단순한 소통 실수가 아니다.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내지도부는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 국정조사, 특검, 선관위 제도개혁, 여야 협상, 법적 절차를 모두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명분이 중요하다. 선관위의 잘못을 따지려면,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듯한 태도는 부담이다. “재선거가 목표”라고 못 박는 순간, 국정조사의 객관성은 흔들릴 수 있다.

반면 장 대표는 당내 생존의 시간을 벌어야 한다. 원내 협상의 정교함보다 지지층을 향한 선명성이 중요하다. 전면 재선거라는 최대치를 제시해야 내부 비판 세력도 압박할 수 있다. 재선거론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은 곧 선관위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압박으로 바뀐다.

이것이 원내 갈등의 핵심이다. 한쪽은 제도권 투쟁을 말하고, 다른 한쪽은 당권 방어형 동원을 말한다. 국민의힘 내부의 충돌은 정치 방식의 충돌이다. 문제는 이 갈등이 공개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 패배 이후 야당이 보여줘야 할 것은 질서 있는 수습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선관위를 향해 싸운다고 하면서 동시에 내부를 향해 싸우고 있다. 선거소청을 둘러싼 혼선은 국민의힘이 아직 패배 이후의 리더십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신호다.

 장동혁(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뉴데일리 퓨처코리아 포럼에 참석해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br>
 장동혁(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뉴데일리 퓨처코리아 포럼에 참석해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오세훈 반발은 보수 재건 노선 충돌

오세훈 서울시장의 반발은 단순한 개인적 불쾌감이 아니다. 서울은 국민의힘에게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국민의힘이 이긴 지역의 선거 정당성까지 흔드는 방식으로 재선거론을 제기하면, 당선자의 정치적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구호를 ‘자리보전용’이라고 직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 대표는 원칙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참정권 침해 여부는 여야 유불리와 무관하게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원칙의 적용 방식도 판단 대상이다. 왜 어떤 지역은 포함되고 어떤 지역은 제외됐는지, 왜 국민의힘이 승리한 서울까지 흔드는지, 왜 패배 책임론이 커지는 시점에 재선거론이 전면화됐는지, 여러 질문이 따라붙는다.

오 시장의 문제 제기는 보수 재건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그는 행정 성과와 중도 확장을 말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장 대표는 강성 지지층 결집과 당권 방어가 절박한 위치에 있다. 한쪽은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기반으로 정치적 미래를 설계해야 하고, 다른 한쪽은 선거 결과 자체를 문제 삼아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이 충돌은 향후 국민의힘 권력 재편의 예고편이다. 지방선거 이후 당내 무게중심은 살아남은 당선자, 원내 세력, 차기 주자로 이동한다. 장 대표가 재선거론을 앞세우는 것은 이 흐름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세훈이라는 당내 자산과 정면충돌하면, 지도부 방어는 당 전체의 전략 손실로 바뀐다.

국민의힘이 정말 선관위 개혁을 원한다면 오히려 더 정교해야 한다. 자당 승리 지역까지 포함한 원칙론을 말하려면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패배 지역만 골라 문제 삼는다는 인상을 줘도 안 되고, 승리 지역까지 흔들며 당내 주자를 압박한다는 인상을 줘도 안 된다. 지금 국민의힘의 재선거론은 이 두 위험을 모두 안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br>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정치문법은 결국 ‘누가 분노를 점유하느냐’

이번 사태의 본질은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행정 실패를 누가 정치적으로 점유하느냐다. 선관위는 실책의 책임을 져야 한다. 유권자는 분노할 권리가 있다. 야당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분노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장동혁 대표는 그 분노를 자신의 정치적 언어로 가져오려 한다. 전국 재선거라는 구호는 지지층에게 강한 신호를 준다. 대표가 물러서지 않고 싸우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든다. 패배 이후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분노의 대표자가 되는 것과 책임 있는 야당 대표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의힘이 이 사태를 제도개혁의 계기로 삼으려면, 선관위 책임론과 당내 책임론을 분리해야 한다. 선관위의 잘못은 선관위의 잘못대로 따지고, 국민의힘의 패배는 국민의힘의 패배대로 복기해야 한다. 이 두 작업을 동시에 하지 못하면 야당은 견제도 못 하고 쇄신도 못 한다.

지금 장 대표의 재선거론은 ‘선관위 개혁’이라는 언어를 빌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당내 권력투쟁의 문법으로 작동하고 있다. 패배 책임론을 외부 책임론으로 돌리고, 강성 지지층의 분노를 지도부 방어의 에너지로 전환하며, 원내지도부와 당내 주자들을 압박하는 구조다. 이 구조를 보지 못하면 이번 사태의 정치적 의미를 읽을 수 없다.

선관위의 실책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그 규명이 특정 정치인의 자리 보전 논리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참정권은 정당의 생존 전략보다 크고, 선거제도는 당권 경쟁보다 무겁다. 국민의힘이 이 단순한 원칙을 놓치는 순간, 재선거론은 선관위를 겨눈 칼이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를 베는 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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