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회동 하루 앞 기자회견…유럽 안보 공백 불안에 선그어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미국이 유럽 주둔 병력을 감축한다고 해서, 이것이 유럽에서 발을 뺀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하루 앞둔 17일(현지시간)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 주둔 미군 병력 감축 소식에 유럽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는 미국이 유럽 주둔 병력을 축소하는 것을 동맹국들로부터 멀어지는 문제로 보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나토 전력 모델'(NFM· NATO Force Model)에 대한 약속을 조정하고 있다"며 "이것은 병력과 군 자산이 현재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방어 계획 발동 시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재래식 방위에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해온 미국은 유럽 주둔 병력과 주요 재래식 무기 체계를 축소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고, 최근에는 유럽에 배치한 전투기와 군함 등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유럽 동맹국들에 통보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F-16과 F-15 전투기를 기존 150대에서 100대로 3분의 1 줄이고, 해상 정찰기는 26대에서 15대로 각각 감축할 계획이다. 공중급유기, 무인기(드론) 등도 감축 대상이고, 순항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 1척과 2개 항공모함 전단 가운데 1개 전단도 철수할 방침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역사적으로 나토는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며 "이제 미국이 약속한 기여를 조정했고, 다른 동맹국들이 더 많은 기여를 위해 나서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미국의 핵 억지력은 확고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책임져야 할 의무들이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유럽과 캐나다가 재래식 분야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유럽 동맹국들이 유럽 방어를 위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은 채 미국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서는 유럽 동맹국이 이란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격노,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한 바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내달 초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작년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국방비 지출 확대 약속을 실제로 이행하고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하면서 나토의 결속 강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뤼터 사무총장은 또한 이날 회견에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를 환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사시킨 합의로 이란이 핵무기를 결코 보유하지 못하도록 할 기회가 창출됐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이 재개되는 것은 엄청난 진전이 될 것"이라며 "많은 (나토)동맹국들이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재개를 위한 구상을 통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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