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ESG경영을 강조하며 2년 연속 한국ESG기준원(KCGS)으로부터 종합 ‘A등급(우수)’을 획득한 넷마블이 지배구조 건정성은 자본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넷마블이 공시한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제시하는 15개 지배구조 핵심지표 중 9개를 준수한데 그쳐 준수율 6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4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 접근성과 이사회 독립성 부문은 여전히 시장의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소극적인 주주권익 보호 장치다. 넷마블은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를 이행하지 않고 국내외 종속회사 결산 지연 등의 이유로 상법상 최소 기준인 2주 전에 소집공고를 강행 중이다.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역시 “도입 사례상 활용도가 크지 않다”는 자의적인 이유를 들며 수년째 기피하고 있어 주주권 침해 우려가 지속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점도 거버넌스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넷마블 측은 복수의 각자 대표이사를 운용하고 있어 비상 시 상호 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차기 최고경영자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공식 프로그램이 결여돼 경영 연속성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방준혁 의장에 권력 집중…대표이사-의장 분리는 ‘형식적’
넷마블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리스크는 창업자이자 동일인(총수)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에게 모든 지배력과 의사결정권이 쏠려 있다는 사실이다.
방 의장은 넷마블 지분 24.1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지배주주 측 지분율은 24.17%에 달한다. 여기에 2대 주주인 중국 텐센트 계열의 한리버인베스트먼트(17.52%), CJ ENM(16.78%), 엔씨(6.80%) 등 동맹 관계의 과점적 우호 주주들이 지배력 구조의 축을 지탱하고 있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율은 21.31%에 불과해 일반 주주들이 방 의장의 독단적인 경영적 의사결정을 견제하거나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넷마블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철저히 분리 선임하여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홍보해 왔으나 이는 표면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이사회를 총괄하는 의장이 지배주주인 방준혁 사내이사 본인이기 때문이다.
사내이사인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버넌스 하에서는 집행임원과 사외이사들이 오너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감시하기보다는 거수기 역할을 반복하게 만드는 거버넌스 왜곡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계열사 절반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내부거래 리스크 높아
넷마블 지배구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뇌관은 극단적인 수직계열화와 이로 인한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우려다.
넷마블 그룹 전체의 내부지분율은 71.43%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평균(58.1%)을 크게 웃돈다. 방 의장은 인디스에어(지분 99.4%) 등 비게임 개인 회사를 직접 보유하며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 적용 범위가 상장 여부 불문 오너 일가 지분율 20% 이상 계열사 및 그 자회사(지분 50% 초과 보유)로 넓어지면서 넷마블의 규제 대상 계열사는 전체 34개사 중 절반인 17개사에 달한다.
이들 17개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율은 45.75%에 이르며 7곳은 90%를 초과하는 심각한 내부 의존도를 나타내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넷마블네오와 넷마블넥서스의 내부거래 비율은 극단적인 100%에 달한다. 연간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초과해 공정위의 특별 모니터링 명단에 등재된 계열사만 해도 5곳에 이르는 실정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모기업 퍼블리싱과 자회사 개발이라는 분업 구조에 기인한 불가피한 거래 구조라고 해명하지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탄탄히 만드는 구조적 고리가 신생 개발사들의 성장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ESG 우수 등급과 지배구조 준수율의 괴리
넷마블이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종합 A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사회 내 위원회의 체계적 작동 등 명목상의 제도적 장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 및 보상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이자 재무 전문가 중심으로 배치해 사적 이익 추구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든 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서류 중심의 ESG 평가 기준과 일반 주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지배구조 리스크 사이에는 뚜렷한 괴리가 존재한다. 1인 창업자의 독점적 이사회 지배력, 전자투표제 미도입과 만연한 내부거래 비중은 ESG 평가 등급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불안 요소다.
다만 이러한 지배구조적 결함 속에서도 최근 넷마블이 선보인 지배구조 개선 행보는 자본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넷마블은 오랜 기간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준비해 오던 자회사 넷마블네오의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하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모회사의 100% 완전자회사 편입을 결정했다.
이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자 일반 주주들의 원성을 샀던 중복상장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모회사와 우량 개발 자회가 동시에 상장할 때 발생하는 이중 계산 및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차단해 넷마블 본사의 기업가치 하락을 방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사외이사 전원을 감사위원으로 선정하고 ESG경영위원회를 이사회 산하 공식 위원회로 격상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전자투표제 도입 등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지배구조 정비가 이뤄줘야 진정한 밸류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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