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자 증가, 직접 간병비 절감효과 거둬
적정 수가체계 마련, 전 병동 확대 과제 남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가 이용환자 증가 등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수가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병원간호사회와 17일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간병 부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가 답이다’ 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입원환자 의료 질 제고를 위한 제도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 환자는 10년 새 연평균 38.9% 증가해 2024년 177만명을 넘어섰다. 또 같은 해 총 1조4653억원의 사적 간병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환자 만족도도 93.7%에 달하는 등 제도 성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인구 고령화와 간병 수요 증가, 간병비 단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사적 간병비 규모는 여전히 줄지 않는 데다 신규 참여 병상 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병동 확대와 간호인력 비용을 반영한 입원료 수가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정현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지속가능체계연구실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현황을 분석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정현진 연구실장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총 798개 의료기관과 8만6443개 병상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참여하고 있으나 병상 참여율은 34.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병동 운영 기관은 118개(1만 2,094병상)로 이 중 중소병원급이 85.6%(101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2024년 통합병동 입원 환자의 간병비 절감액은 1인당 평균 79만7685원으로 집계됐으며 사적 간병률(간병인 고용 또는 가족 간병 포함)은 2015년 73.1%에서 2023년 59.9%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경증환자 위주로 운영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데이터 분석 결과 의학적 중증도가 높을수록 통합병동 입원 가능성도 높아져 의학적 중증도에 따른 환자 배제 현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 간호인력의 관리 부담이 큰 치매·섬망 환자와 중증 장애인군은 통합병동 입원 가능성이 각각 약 21%, 37% 낮은 반면, 경과 예측이 비교적 뚜렷한 골절 환자는 약 29% 높아 간호 관리 난이도에 따른 선별 현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병상참여율이 높아질수록 간호집중군의 통합병동 입원 가능성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사로 배치에 따른 선별 현상 완화 가능성도 확인됐다.
이에 정현진 연구실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병동 확대 ▲환자구성 및 간호 필요도 변동에 따른 유동인력 운영 체계 마련 ▲간호인력 배치 기준 개선 ▲장애군 전담 케어팀 구성 및 장애인 활동보조사의 돌봄 참여 허용 등 간호적 관리도가 높은 환자군을 위한 맞춤 전략도 제시했다.
정현진 연구실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병동 확대’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통합병동과 일반병동의 인건비 격차 수가 보상, 통합병동 전환에 따른 공간∙시설 개선 지원 등 보상체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라는 명칭이 환자·보호자에게 1대1 간병서비스를 연상시킬 수 있어 제도 취지에 맞게 ‘포괄간호서비스’ 또는 ‘통합간호서비스’로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숙 부천세종병원 간호부원장은 종합병원 운영사례를 중심으로 ‘전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과 중증환자 전담병실 관리경험’에 대해 발표했다.
부천세종병원은 2013년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 참여 이후 전병동 운영, 교육전담간호사 제도, 중증환자 전담병실 및 대체간호사제 도입을 거쳐 2026년 패널병원으로 선정됐다.
김정숙 간호부원장은 “중증환자 전담병실은 일반병동 내 중증도 심화에 대응하고 중환자실 퇴실 후 일반병동 전환의 완충 역할을 위해 운영되며, 심혈관, 호흡기·흉부, 뇌신경, 복합질환자 등 집중 관찰이 필요한 환자가 전체 이용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인력배치는 간호사 1인당 환자 4명, 간호조무사 1인당 환자 8명 기준을 적용하며 전담 간호스테이션과 정밀 환자 모니터링 장비, 통합 관제 시스템 등을 갖춰 병실 내 밀착 간호와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2024년 8월부터 2026년 4월까지의 부천세종병원 중증환자 전담병실 운영 현황을 보면 심장전문병원 특성상 심장내과 이용률이 44.23%로 가장 높았으며, 신경과·신경외과(21.99%), 흉부외과(21.21%)가 뒤를 이었다. 입실 경로는 중환자간호팀을 통한 완충지대(step-down) 경로가 43.8%로 가장 많았고, 응급실 경유(39.3%), 통합병동 내 전실(11.4%) 순으로 나타났다.
김정숙 간호부원장은 “중증환자 전담병실 운영으로 중증환자 치료 역량과 안전성은 향상됐으나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의 어려움이 한계로 지적된다”며 간호사 역량 강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환자의 정서적 지지 부족과 간호인력의 감정노동·업무 강도 증가, 안전사고 관련 법적·재정적 위험 가중 등의 과제를 제시하며 “안심톡·안심콜을 통한 비대면 소통 강화, 낙상예방시스템 개발, 근무자지원프로그램(EAP) 등을 통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지속 가능한 제도를 위해서는 ▲올바른 입원문화 정착을 위한 인식 확산 및 홍보 강화 ▲소아청소년과 등 특수 상황을 위한 상주보호자 예외기준 마련 ▲실제 운영 여건을 반영한 간호·간병 수가 현실화 ▲위험 예측 알고리즘 연구를 통한 낙상 예방 시스템 개발 ▲간호필요도 지표 분석을 통한 인력배치 적정성 지표 보완 등을 제언했다.
최은미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MBN 기자)은 ‘국민 간병 부담 완화를 위한 유일한 대안: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주제로 간병의 사회·경제적 문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필요성을 집중 조명했다.
최은미 부회장은 간병인 1명이 최대 6명의 환자를 돌보는 구조와 열악한 근무 환경, 구인난으로 인한 간병 인력의 고령화로 요양병원 간병인의 약 80%가 60대 이상인 ‘노노(老老) 돌봄’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간병인의 건강 악화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미 부회장은 “요양병원의 6대 1 공동 간병비는 월평균 60만~80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해 보이지만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커져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으며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지정 병원 내 중증환자 간병비의 약 70%를 지원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극소수 환자에 한정돼 실효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확대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추영수 병원간호사회 제2부회장(고려대의료원 선임간호부장 겸 안암병원 간호부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기준은 병상 수가 아닌 환자 안전과 간호서비스의 질이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환자 중증도와 간호필요도에 맞는 간호사 배치기준의 현실화, 종별 차등 수가 및 지역가산 수가 체계 마련, 의료질평가와 성과평가 기준의 일관성 있는 조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추영수 제2부회장은 “실제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반영한 인력산정기준 개선과 함께 간호조무사·병동지원인력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조정하고 간호지원인력의 배치수준을 상향하며 유연한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간병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불운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적 과제”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병동 확대의 방향성은 옳지만 성과 지표 공개, 치매·섬망·장애 환자 등 의료적 취약계층에 대한 별도 서비스 기준 및 대책 마련, 임상 인력 유입을 위한 근무 환경 개선, 간호·간병 수가 사용 내역의 항목별 공개 등 구조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도의 본래 목적은 실현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김규빈 뉴스1 기자는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문제는 인력과 재정의 불균형에 있다”고 지적하며 “병상 확대에 앞서 지역별·기관별·진료과별 격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지도(Map)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혜원 아시아투데이 기자는 “돌봄이 가장 필요한 환자가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현장의 간호사들이 과도한 부담을 떠안는다면 10년의 성과는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적정 간호 인력 확보, 법적 책임 범위의 명확화,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 확대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