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가 부결된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의 심의 쟁점이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경영계는 숙박·음식점업 등 지불 여력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하는 방안이라며 맞서고 있어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최임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여섯 번째 최임위 회의에서 경영계는 숙박·음식점업 등을 중심으로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업종별 구분 적용이 이뤄진 것은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인 1988년 한 차례뿐이다. 이후에는 업종별 기준 설정의 어려움과 노동계 반발 등을 이유로 시행되지 않았지만, 사용자 측은 매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관련 논의를 반복적으로 제기해 왔다.
경영계는 올해도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중동발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 고환율·고물가·고유가 부담 등이 겹치면서 업종별 인건비 부담 여력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는 전날 모두발언에서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최저임금 안정과 더불어 합리적 구분 적용”이라며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최저임금 인상은 현장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숙박·음식업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는 2800만원으로 제조업 1억7000만원의 6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업종별 인건비 부담 여력의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숙박·음식업의 최저임금 위반율은 31.6%로 제조업(3.7%)보다 8배 이상 높다”며 “현 최저임금 수준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특정 업종에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청년, 외국인, 여성, 고령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류기섭 사무총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은 노동자에 대한 차별 적용”이라며 “음식점업 같은 업종에 현행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면 결국 외국인 노동자와 청년 노동자들이 그 일자리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취약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그 차별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것”이라며 “헌법이 정한 최저임금 제도가 차별의 수단으로 동원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업종별 구분 적용 안건은 지난해에도 최임위에서 논의됐지만 표결 끝에 찬성 11명, 반대 15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올해 역시 노사 간 입장차가 큰 만큼 합의보다는 표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지난 11일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안건이 부결된 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3% 인상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월 209시간 기준으로는 250만8000원이다.
경영계는 이에 대해 영세 사업장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최임위는 향후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본격적인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제7차 최임위 전원회의는 오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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