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가액 공정화에도…M&A 주주보호 후속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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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가액 공정화에도…M&A 주주보호 후속장치 필요"

이데일리 2026-06-17 16:52:24 신고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계열사 간 인수·합병(M&A)에서 합병가액을 공정가액 중심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실제 주주권익 보호로 이어지려면 후속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격 산정 기준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사회가 거래 필요성과 가격 산정 근거를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에서 “최근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점진적으로 정비돼 왔다”면서도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할 수 있는 M&A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말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현행 제도에선 계열사 간 M&A 과정에서 합병가액이 사실상 기준시가 중심으로 산정돼 왔다. 그러나 회사 가치는 특정 시점의 주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합병 시점을 경영진과 지배주주가 선택할 수 있어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최근 논란이 된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역시 자본시장법을 따랐지만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발생한 사례로 언급됐다.

이에 지난 5월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계열사 간 합병가액을 주식가격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하고 평가 결과를 공시하도록 했으며,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 의무와 특수관계인 이해관계 공시도 법률상 의무로 강화했다.

다만 황 연구위원은 “공정가액 중심으로 제도가 바뀌더라도 공정한 가격이 무엇이냐에 대해 획일적인 정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해외 M&A 사례에서도 복수의 평가 방식이 활용되고, 같은 평가 방식을 쓰더라도 산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합병 절차와 가격의 공정성에 대해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 의견서 공시 내용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래 필요성, M&A가 주주가치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 평가 방식과 가격 선택 근거, 합병 대가 선정 이유, M&A 이후 지분 구조와 이사회·경영진 변화 등을 주주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열사 간 합병이 많은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지배주주와 상대 법인 간 이해관계도 더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합병 절차나 가격이 주주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다툴 수 있는 수단도 후속 과제로 제시됐다. 황 연구위원은 합병유지청구권, 합병검사인, 합병관계자의 손해배상책임 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나 반려를 통해 합병 공정성을 간접적으로 점검하는 경우가 있지만, 감독당국의 개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발적 상장폐지 M&A도 보완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혔다. 공개매수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활용한 상장폐지 사례가 늘고 있지만, 두 제도 모두 애초 상장폐지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가 아니어서 일반주주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황 연구위원은 “자발적 상장폐지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전형적인 이해상충 사례”라며 “소수주주는 상장폐지 이후 유동성 상실을 우려해 지배주주가 제시한 가격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압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 목적과 이후 영향, 가격 산정 근거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가격 공정성을 담보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활용한 상장폐지에 대해서도 현금교부 방식의 경우 가격 산정 과정에서 시너지를 반영하거나 독립적 검증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역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최근 6년간 국내 상장회사 합병의 93%가 소규모 합병으로 진행되면서 인수회사 주주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또 주주가 회사 제시 가격에 불복해 법원 판단을 구하면 대금 수령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소규모 합병 기준을 정비하고, 회사가 인정하는 공정가격을 먼저 지급한 뒤 법원 결정 이후 차액과 지연이자를 정산하는 사전지급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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