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3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계 월드컵 무대를 누벼온 ‘당구 전설’ 딕 야스퍼스(네덜란드·60)도 이번 터키 앙카라에서 맞이한 드라마 같은 결말 앞에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야스퍼스는 지난 일요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3쿠션 월드컵에서 극적인 명승부를 연출하며 결승에 올랐다.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에서 경기 막판 터진 폭발적인 7점 하이런(연속 득점)에 힘입어 단 1점 차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통산 55번째 월드컵 결승전 무대에 선 야스퍼스의 상대는 '한국 3쿠션 간판' 조명우(서울시청)였다. 전 세계 당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결승전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승신의 여신이 야스퍼스를 향해 웃지 않았다. 준결승전과 마찬가지로 단 ‘1점’이 두 선수의 희비를 갈랐고, 야스퍼스는 조명우에게 우승컵을 내주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는 푸른 당구대 위에서 활약하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종이 한 장 차이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대회 내내 높은 애버리지가 쏟아졌으며, 현장 관객들과 전 세계 시청자들은 고품격 당구의 진수를 만끽했다.
올해 60세인 야스퍼스는 통산 33번째 월드컵 우승 대기록을 눈앞에서 놓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당구연맹(UMB) 이벤트 랭킹 2위로 뛰어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친 야스퍼스는 경기 직후 네덜란드 매체를 통해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요즘은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서로 아주 비슷해졌다. 그만큼 박빙의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더 많이 쏟아지는 이유”라며 최근 당구계의 흐름을 짚었다.
이어 자네티와의 준결승전에 대해 “결승 진출을 위해 마지막 순간에 7점 하이런을 성공시켰을 때는 정말 기뻤다”고 회상하면서도, “하지만 결승전에서 단 1점 차이로 패하는 것은 당연히 마음이 무거운 일이다. 우승에 정말 가까이 다가갔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솔직한 속내를 고백했다.
그러나 이번 패배가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야스퍼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 내내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하며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내 자신에게 분명히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대회를 향한 긍정적인 포부를 밝혔다.
다음 UMB 월드컵은 오는 7월 12일 포르투에서 막을 올린다. 야스퍼스는 지난 2024년 포르투 월드컵 결승에서 조명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듬해 대회에서는 조명우가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는 조명우가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다.
야스퍼스가 강력한 라이벌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조명우를 넘어 다시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사진=SOO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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