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0원인데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100여 그루 배롱나무 피는 ‘국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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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0원인데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100여 그루 배롱나무 피는 ‘국내 명소’

위키트리 2026-06-17 15:58:00 신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가운데, 전남 담양의 한적한 농촌 마을은 붉은빛 물결에 둘러싸인다. 녹음이 짙어질수록 거대한 자연의 정원이 산자락 아래에서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정신세계와 자연관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어디일까?

담양 명옥헌 원림. / 담양군 공식 블로그, AI
담양 명옥헌 원림. / 담양군 공식 블로그, AI

무릉도원의 풍경을 현실로 불러낸 듯한 경치를 자랑하는 이곳은 명옥헌 원림이다. 이곳은 조선 중기의 문인 명곡 오희도의 삶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조정의 어지러운 정치를 피해 이곳 후산마을로 은거한 오희도는 망재라는 이름의 초가를 짓고 평생 자연을 벗 삼아 학문에 몰두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셋째 아들인 장계 오이정이 아버지가 살던 삶의 터전을 기리고자 정자를 짓고 주변을 가꾸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명옥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옥헌은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옥구슬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맑게 들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정자 옆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암반을 타고 내려오며 내는 청아한 소리를 담아냈다. 정자 뒤편의 거대한 암벽에는 송시열(조선 숙종 때의 문신)이 직접 새겼다고 전해지는 '명옥헌계유'라는 글씨가 뚜렷하게 남아 역사의 흔적을 증명한다.

담양 명옥헌 원림. / 담양군 공식 블로그, AI

한국의 전통 정원, 명옥헌 원림

한국의 전통 정원을 뜻하는 원림은 서양이나 일본의 정원처럼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인위적으로 가공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자연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간이 머무를 최소한의 공간만을 슬며시 끼워 넣는 형태를 취한다. 명옥헌 원림은 이러한 조선 시대 별서정원의 조경 철학을 가장 완벽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 문화유산이다.

명옥헌 원림의 공간 구조는 정자와 연못, 그리고 이를 둘러싼 노거수들의 유기적인 배치로 완성된다. 정원은 완만한 경사지를 따라 위아래로 조성된 두 개의 연못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상류의 위쪽 연못은 우물처럼 작고 단순한 형태로 땅을 파서 만들었으며, 하류의 아래쪽 대형 연못은 자연 암반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낮은 둑을 쌓아 완성했다.

특히 아래쪽 연못은 네모난 형태의 연못 중심에 둥근 모양의 작은 섬을 배치한 '방지원도'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조선 시대의 전통적인 우주관을 시각적으로 투영한 조경 기법이다. 사각형의 연못이 지상의 세계를 뜻한다면, 그 중심에 떠 있는 둥근 섬은 천상의 세계와 완전함을 상징한다.

정자 건축물 또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팔작지붕 구조로 지어졌다. 중심에 온돌방 한 칸을 두고 사방에 대청마루를 깔아 어느 방향에서 문을 열어도 주변의 자연경관이 한 폭의 액자처럼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담양 명옥헌 원림. / 담양군 공식 블로그, AI

명옥헌의 볼거리

명옥헌 원림의 진면목은 한여름에 드러난다. 무더위 속 피어나는 배롱나무 군락의 개화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맘때면 정자 주변과 연못 가를 따라 수령 300년에 이르는 노거수 배롱나무 30여 그루를 포함해 약 100여 그루의 배롱나무가 일제히 분홍빛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 꽃은 흔히 목백일홍이라 불리는데, 한 번에 피어났다 지는 일반적인 꽃들과 달리 석 달 동안 끊임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정원을 붉게 물들인다.

명옥헌으로 향하는 좁은 흙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수백 년 세월 동안 비틀어지고 굽이치며 자란 배롱나무 가지들이 하늘을 가려 천연 아치를 이룬 모습을 보게 된다. 껍질이 없어 매끄러운 배롱나무의 독특한 줄기는 마치 잘 발달한 근육처럼 기묘한 조형미를 자랑하며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가 된다.

특히 바람이 불면 붉은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려 네모난 연못 위로 떨어지는데, 흙탕물 대신 푸른 하늘과 구름의 반영 위에 붉은 꽃잎들이 융단처럼 떠 있는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다. 정자 마루에 걸터앉아 정면을 바라보는 장면도 압도적이다. 오랜 배롱나무와 주변의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담양 명옥헌 원림. / 담양군 공식 블로그, AI

명옥헌 원림 방문을 위한 교통편 정보

명옥헌 원림은 담양의 다른 유명 관광지인 소쇄원이나 식영정 등과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광주광역시를 거쳐 진입하는 경로가 가장 수월하다. KTX를 이용해 광주송정역에 도착하거나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내린 후, 담양 방면으로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를 탑승해야 한다. 광주 시내에서 고서 및 창평 방면으로 향하는 311번 버스나 담양 군내버스를 이용해 고서사거리 혹은 후산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정류장에서 명옥헌 원림 입구까지 약 15분 이동하면 정원이 나타난다.

자차로 방문할 경우, 내비게이션에 '명옥헌 원림' 또는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을 검색하면 닿을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 창평IC나 대구광주고속도로 담양IC에서 진출하면 약 1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마을 초입에 방문객을 위한 공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주차 요금 및 원림 입장료는 모두 무료다.

구글지도, 담양 명옥헌 원림

조선 정원의 원형 소쇄원

소쇄원. / 담양군 공식 블로그, AI

소쇄원은 한국 민간 정원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곳이다. 명옥헌 원림과 함께 담양을 대표하는 별서정원으로, 조선 중기 양산보가 스승인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나자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고향으로 내려와 평생에 걸쳐 조성한 은거의 공간으로 알려졌다.

소쇄원은 '맑고 깨끗하여 시원하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정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울창한 대나무 숲과 맑은 계곡물이 관람객의 마음을 정화한다.

소쇄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화하고 자연 지형을 있는 그대로 활용해 정원을 배치했다는 점이다. 전체 구조는 외원과 내원으로 나뉘며, 핵심 공간인 내원은 약 1400평의 면적에 입체적으로 배치돼 있다. 자연적인 계곡의 흐름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인공적인 담장과 물길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암반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광풍각과 주인이 거처하며 학문에 몰두했던 제월당은 자연과 건축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특히 계곡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와 흙돌담을 통과하는 물길의 정교한 설계는 조선 시대 조경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소쇄원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이다.

구글지도, 소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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