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시전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공포 영화 '백룸'이 국내 개봉 21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외화 공포·스릴러 장르 작품이 국내 극장가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9년 개봉한 조던 필 감독의 '어스' 이후 약 7년 만이다.
영화 '백룸' 메인 예고편 장면 중 일부. / 유튜브 '바이포엠스튜디오 BY4M STUDIO'
1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백룸'은 전날인 16일 하루 동안 1만 2242명의 관객을 더하며 누적 관객 수 100만 219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백룸'은 올해 국내 개봉한 외화 중 '프로젝트 헤일메리', '슈퍼 마리오 갤럭시', '마이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 이어 다섯 번째로 100만 관객 고지를 밟은 작품이 됐다.
이 영화는 가구점을 운영하는 남성 '클라크'(추이텔 에지오포 분)와 '메리'(레나테 레인스베 분)가 우연히 매장 지하에 숨겨진 기이한 미지의 공간에 빠지면서 그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벌이는 탈출극을 다룬다.
유튜브 괴담에서 시작된 세계적 흥행 신드롬
영화 '백룸' 포스터. / 바이포엠스튜디오·리바이브콘텐츠 제공
미국 영화사 A24가 제작한 이 영화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000만 달러(약 1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백룸'은 북미 개봉 6일 만에 매출 1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기존 최고 기록인 '마티 슈프림'을 제치고 A24 역대 북미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개봉 10일 만에 글로벌 누적 매출 2억 1260만 달러를 기록해 A24 글로벌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됐다.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현재 이 영화의 전 세계 누적 매출액은 제작비의 20배가 넘는 2억 4900만 달러(약 37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극장가에서 거둔 흥행 성과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호응이 뒷받침된 결과로 해석된다. CGV의 연령별 예매 데이터에 따르면 20대 관객의 비중이 38~3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10대와 30대가 각각 19%를 차지하며 청년 관객층이 흥행을 견인했다. 성별 비중은 남성 53%, 여성 47%로 균형 있는 분포를 나타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밈(Meme) 문화도 관람 열기를 더했다. 인터넷 괴담 세계관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은 상영 종료 후 결말 분석이나 세계관 해석 등의 콘텐츠를 활발히 공유했다. 나아가 지하철 환승 통로나 야간 무인역사 등 일상의 노란 형광등 복도 사진을 영화 속 공간과 비교하는 인증 놀이로 소비하며 흥행의 선순환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입소문 마케팅에 힘입어 '백룸'은 개봉 3주 차에 누적 100만 돌파를 이뤘다.
낯설고 기이한 공간 ‘리미널 스페이스’의 실체
이처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백룸'은 19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삼아 일상적이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인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의 공포를 극대화해 담아냈다.
영화 '백룸' 스틸컷. / 바이포엠스튜디오·리바이브콘텐츠 제공
영화의 중심인물인 클라크는 아내와 별거 중인 알코올 중독자이자 실패한 건축가다. 생계를 위해 그는 '캡틴 클라크의 오토만 엠파이어'라는 대형 할인 가구점을 운영하며 가정 문제로 인해 매장 내 전시용 침대에서 밤을 지새우는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학대적인 어머니와의 기억과 유년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심리치료사 메리 클라인에게 상담을 받으며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가구점 지하실의 차단기를 점검하던 클라크는 깜빡이는 불빛과 함께 벽면에 생긴 기묘하고 빛나는 틈새를 발견한다. 그가 이 공간에 다가가는 순간 현실의 벽을 통과해 물리적 세계를 벗어난 거대한 다차원 공간인 '백룸'으로 추락한다.
그가 마주한 백룸은 끝없이 펼쳐진 낡고 칙칙한 노란색 벽지, 천장의 형광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소음, 정형화되지 않고 왜곡된 통로와 방들로 가득 찬 미로다. 이 공간은 현실 세계의 어설픈 모방이자 왜곡된 기억의 파편처럼 설계돼 인물들을 끊임없이 압박한다.
영화 '백룸' 스틸컷. / 바이포엠스튜디오·리바이브콘텐츠 제공
영화 '백룸' 스틸컷. / 바이포엠스튜디오·리바이브콘텐츠 제공
갑작스럽게 실종된 클라크를 걱정하던 메리는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던 중 가구점 지하의 통로를 통해 직접 백룸 내부로 진입한다. 메리는 미지의 차원 속에서 길을 잃은 클라크를 찾아내고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단순한 길 찾기를 넘어 자신들의 부진한 삶과 내면의 공포가 투영된 초현실적인 공간과 그곳을 배회하는 정체불명의 존재들과 마주하게 된다.
뛰어난 시각 연출과 깊이 있는 심리 묘사
촬영 감독 제레미 콕스는 천장의 형광등에서 새어 나오는 음침하고 탁한 황색 조명을 활용해 영화 전반에 숨 막히는 폐쇄감을 불어넣었다. 영화는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 기억과 왜곡된 현실, 그리고 인간 내면의 고립감을 다루며 장르의 전형성을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크 듀플라스, 핀 베넷, 루키타 맥스웰 등이 출연해 이야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각본은 윌 수딕이 집필했으며, 감독인 케인 파슨스가 직접 음악 작업에도 공동 참여해 고유의 기괴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완성했다.
"뇌리에 박히는 눅눅한 공포" 실관람객들의 극찬
가장 두드러진 평가는 단순한 말초적 자극을 뛰어넘는 깊이 있는 심리적 연출에 집중됐다. 관람객들은 "그냥 깜짝 놀라기만 하다 끝나는 흔한 공포영화가 아니다"라며 입을 모았고 "단순히 놀래키는 공포가 아니라 분위기로 사람 숨 막히게 만드는 영화였다", "깜놀보다 심리적으로 조이는 느낌이라 집 가는 데 자꾸 뒤 돌아보게 된다"고 평가해 영화의 여운이 극장 밖 일상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장르적 신선함과 지루함 없는 몰입감에 대한 찬사도 가득하다. 관객들은 "탈출하는 과정이 주는 압박감과 공포가 미쳤다. 흔하지 않은 신박한 공포영화", "정말 오랜만에 신선하고 새로운 공포를 느낀다. 이 부분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안 지루하게 봤다" 등의 생생한 소감을 공유했다. 영화 특유의 미장센과 분위기에 대해서는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는 눅눅한 공포", "생각했던 것보다 심오하다"며 작품의 높은 밀도에 감탄을 표했다.
특히 유튜버에서 상업 영화 감독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케인 파슨스 감독의 연출력과 오감을 자극하는 기술적 성취에 대한 지지도 이어졌다. 관객들은 "사운드와 보이드적 연출이 상당하다. 원작자를 감독으로 세운 점도 한몫한 듯"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상 하나 정도는 탈 것 같다. 심리적으로 다가오는 공포가 압권이며 차기작이 궁금해진다", "나쁘지 않았다" 등의 구체적인 평가를 남기며 작품의 완성도에 신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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