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약품 부족 문제가 반복되면서 국내 의약품 공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생제와 마취제, 소아용 의약품, 수액제 등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단순한 가격 정책을 넘어 원료 확보와 생산 기반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료 국산화, 공급 안정 위한 선결 과제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원료의약품 생산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국내 제약사들 역시 상당수 원료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 정세 변화는 특정 국가에 생산이 집중된 공급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 완제의약품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결국 의료 현장의 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이유로 제약업계는 원료 국산화를 단순한 산업 육성 정책이 아니라 보건안보 차원의 과제로 보고 있다.
경동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필수의약품 연구 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회사는 프로프라놀롤, 반데타닙, 덱스트로메토르판·퀴니딘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원료 합성 기술과 완제의약품 생산 기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 발생을 줄이는 고순도 원료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업계는 이 같은 시도가 특정 기업의 연구개발을 넘어 국가 공급망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약가 인상만으론 한계…장기 정책 뒷받침돼야
정부도 필수의약품 생산 기반 유지에 나섰다. 오는 8월부터 퇴장방지의약품 약가 기준을 상향하고 장기간 생산을 이어온 기업에는 추가 가산을 적용할 예정이다. 생산 중단 가능성이 있는 품목의 제조 유인을 높여 공급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는 약가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필수의약품 상당수가 오랜 기간 낮은 가격 체계에 머무는 동안 원료비와 제조비는 상승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부 품목은 약가가 조정되더라도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원료 국산화와 생산시설 투자, 공급망 관리 체계를 함께 지원하는 장기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약품은 시장 논리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며 "약가 조정에 그치지 않고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