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성암 발생률 부동의 상위를 지키던 위암과 폐암을 제치고, 전립선암이 사상 처음으로 국내 남성암 발생 1위에 올라섰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는 2만 39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1만 1095명)과 비교해 무려 2.6배로 급증한 수치다. 전체 남성 암 발생 중 전립선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15.0%로, 폐암(14.5%)과 위암(12.8%)을 모두 추월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지난 1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 전립선암 팩트시트'를 발표하며, 국가 차원의 조기 검진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전립선암은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암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팩트시트를 면밀히 살펴보면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한 연령 표준화 발생률 역시 2006년 21.1명에서 2023년 30.2명으로 약 43% 증가했다. 고령화라는 변수를 빼고 보더라도 전립선암이 우리 남성들을 더 많이, 더 깊이 위협하고 있다는 뜻이다.
발생 시기는 50대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해 60대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특히 현대인의 고질병인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이 있거나 복부비만, 운동 부족인 남성에게서 발생 위험이 높았다.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장기 흡연자는 초기 흡연자보다 전립선암 발생률이 무려 5.3배나 높게 나타나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시사했다.
전립선암은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려 흔히 '착한 암'으로 오해받곤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조기 발견'했을 때의 이야기다. 암세포가 전립선 내에만 국한된 초기 단계에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으로 매우 높지만,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문제는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피가 섞여 나오고, 요통이나 골반통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학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 환자의 절반 가량은 진단 당시 이미 '고위험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환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의 예후 차이가 매우 큰 암"이라며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율은 물론,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같은 치료 후유증을 줄여 삶의 질을 확연히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소득 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른 안타까운 의료 접근성 격차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소득층(최상위 20분위)의 전립선암 발생률은 중하위층(7분위)보다 약 7배나 됐다.
이에 대해 박용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일수록 암이 더 많이 생긴다기보다, 정기 검진과 의료 이용 기회가 많아 암을 조기에 발견(진단)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대목은 전립선암을 아주 쉽고 간단하게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이다. 바로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다. PSA 검사는 팔에서 피를 한 번 뽑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전립선암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혈액검사다. 신체적·비용적 부담이 매우 적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50대 이상 남성, 혹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대부터 매년 정기적인 PSA 검사를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국가 암검진 사업(위·대장·간·유방·자궁경부·폐암)에 전립선암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국민 스스로 비용을 내고 검사를 신청해야 하는 '임의검진'에 의존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크다. 실제로 대중의 PSA 검사 인지도는 10% 수준에 불과하며, 고위험군인 60대 이상에서도 25%만이 이 검사를 알고 있다.
이승환 교수는 "최근 학계 가이드라인은 초저위험도 암의 경우 수술 대신 안전하게 추적관찰만 하는 방식으로 정착되어 과잉 치료 우려가 적다"며 "오히려 조기 진단으로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관리하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일축했다.
정병창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진단이 늦어져 전이성·진행성 암으로 가는 순간, 고가의 표적치료제나 핵의학 치료 등이 필요해져 환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폭증한다"며 "비용 절감과 국민 건강권 수호라는 두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PSA 국가검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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