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만으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암 확산 위험을 예측하고, 정위적방사선치료(SBRT·고선량 방사선을 암 병변에만 정밀하게 집중 조사하는 첨단 방사선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장지석 교수와 종양내과 김민환·김건민 교수 연구팀은 혈액 속 순환종양DNA(ctDNA·암세포가 죽거나 분해되면서 혈액 속으로 흘러나온 DNA 조각)의 유전체 불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향후 암이 전신으로 광범위하게 퍼질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방사선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Radiation Oncology Biology Physics(IJROBP·국제방사선종양학·생물학·물리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유방을 넘어 뼈, 간, 폐, 뇌 등 다른 장기로 퍼진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는 전이 병변 수가 적은 소수전이 유방암(전이 병변이 1~5개 정도로 제한된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수술이나 정위적방사선치료 같은 국소 치료를 적극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소수전이 환자라도 일부는 장기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일부는 빠르게 전신 전이로 진행해 치료 효과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생체지표를 찾기 위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차 전신치료를 받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 207명을 분석했다.
환자들의 혈액에서 순환종양DNA를 추출한 뒤 유전체 복제수 이상(copy number aberration)을 분석해 I-score(아이 스코어)를 산출했다. 아이 스코어는 순환종양DNA의 유전체 불안정성을 수치화한 지표로, 높을수록 암의 공격성과 전신 확산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분석 결과 진단 당시 전이 병변 수가 1~5개인 환자의 5년 전체 생존율은 75.4%였지만, 6~10개 환자는 65.9%, 10개를 초과한 환자는 44.9%로 감소했다. 전이 병변 수가 많을수록 예후가 나쁜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연구진은 암이 처음 진행하는 시점의 양상에 주목했다. 1차 치료 후 첫 진행 시점에 환자의 70%는 이미 병변 수가 10개를 넘는 광범위 전이 상태로 악화됐다.
또한 첫 진행 환자의 60.7%는 기존 병변이 커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이 병변이 생기면서 병이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상검사상 병변 수가 적더라도 실제로는 이미 전신적인 암의 특성을 가진 환자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순환종양DNA 분석은 이러한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됐다. I-score가 높은 환자군은 낮은 환자군보다 광범위 전이로 진행할 위험이 약 3.2배였다.
이 결과는 나이, 유방암 아형, 초기 전이 병변 수 등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특히 초기 병변 수가 1~10개에 불과했던 환자들만 따로 분석했을 때도 I-score가 높으면 다발성 전이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I-score가 낮은 환자들은 치료 이후에도 비교적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재발과 진행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환자군이 정위적방사선치료 같은 국소 치료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볼 가능성이 있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단순히 영상검사에서 보이는 병변 개수만으로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기존 접근법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구 대상 중 병변 수가 1~5개인 환자의 약 73%는 기술적으로 정위적방사선치료가 가능했지만, 상당수는 이후 빠르게 광범위 전이로 진행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병변 수뿐 아니라 순환종양DNA와 같은 분자생물학적 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지석 교수는 "소수전이성 유방암에서 국소치료의 효과가 환자마다 달랐던 이유는 암의 생물학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순환종양DNA 분석은 실제로 국소치료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환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는 전신 확산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맞춰 약물치료와 국소치료를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순환종양DNA 기반 맞춤형 치료 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혈액검사만으로 전이성 유방암의 향후 진행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소수전이 유방암 환자의 치료 전략을 보다 정밀하게 설계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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