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닝 107구 9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 이날 시즌 5승(4패)째를 챙긴 고영표의 성적이다. 안타와 출루를 자주 허용하면서도 두산 타선을 2점만으로 막은 걸 두고 그는 “과정은 좋지 않았으나, 결과를 보면 잘 던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최근 4경기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를 거두며 승리 투수가 됐다. ‘고퀄스(고영표+퀄리티스타트)’라는 별명다운 피칭이다. 시즌 평균자책점(4.38)에서 볼 수 있듯, 올 시즌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데도 그는 잘 버텨내고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함과 영리함 덕분이다. 16일 두산전에서도 매 이닝 득점권 위기에 몰리면서도 그의 목표인 ‘최소 실점’에 성공했다. 세트 포지션 자세를 다듬고, 공 배합을 고민하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활용법을 재고한 것이다.
고영표는 “내가 공격적으로 던졌을 때 타자가 잘 때린 것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볼카운트 싸움을 하다 (안타를) 맞으면 내가 잘못한 것”이라며 “불리한 볼카운트를 피하고, 체인지업을 잘 떨어뜨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타자들이 “구장마다 존이 다르다”며 자동공판정시스템(ABS)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고영표도 KT의 홈 수원 KT 위즈파크는 ABS존이 높게 설정돼 있고, 잠실구장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원에서는 키 큰 타자들을 상대로 높은 공을 던지면 ABS 존에 잘 걸린다. 반면 잠실은 마운드도 낮기 때문에 이를 감안했다”고 말했다.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역이용하는 것이다.
새로 장착한 구종, 스위퍼에 대한 설명은 ‘야구 9단’의 강의 같았다. 최근 그의 투구 분석표를 보면 스위퍼가 집계되곤 한다. 16일 잠실구장에서는 그의 새 공을 스위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고영표는 “스위퍼라고 부르기엔 부끄럽다. 그립만 살짝 바꿔서 던지는 브레이킹 볼”이라며 웃었다. 사이드암 투수인 그가 홈플레이트를 옆으로 쓸고 지나가는(sweep) 변화구 궤적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의 투구 비율 중 30% 정도를 차지하는 커브의 회전축을 약간 바꾼 게 스위퍼로 인식되고 있다.
그는 “트랙맨으로 확인해 보니 (기존 브레이킹 볼, 커브)에 비교해 수직·수평 움직임이 다르게 나온다. 타자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공이 떠오르는 느낌 덕분에 뜬공 비율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작은 그립 변화로 작지 않은 효과를 보고 있다.
베테랑 고영표는 “오늘(16일) 안현민도 돌아왔고, 소형준도 곧 선발진에 합류한다. 무척 든든하다. 우리 팀은 장기 레이스를 잘하는 팀이다. 시즌 초중반 선두 싸움(현재 2위)을 하는 게 처음이지만, 페이스를 잘 유지할 것이다. 누가 빠졌다고 흔들리는 팀이 아니다. 9~10월이 되면 진짜 순위 싸움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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