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점을 처음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들인 가구 중 하나는 커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이었다. 가로 1.4m, 세로 80㎝의 듬직한 테이블 두 개였다. 매대처럼 책을 올려두기에도 좋고 여러 사람이 함께 모임을 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커피처럼 짙은 원목의 색감이 각진 외형과 만나 다부진 존재감을 뽐냈다. 자칫 가벼워 보일까 걱정했던 필자의 공간에 무게감을 주는 멋진 테이블이었다. 그때는 그 직사각의 테이블이 공간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공간은 좁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주 오갔다. 큰 직사각형의 테이블은 그 자체로(는) 훌륭했지만 작은 서점 안에서는 마치 작은 방 한가운데 그랜드피아노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도 쉽게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가구는 생각보다 오래 곁에 머무는 물건이다. 몇 달 쓰고 바꿀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그렇게 2년 정도를 함께 보냈다. 충분히 써봤고, 충분히 익숙해졌으니 이제는 공간의 분위기를 한 번 바꿔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테이블을 염두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형태, 원형이었다.
원형 테이블에는 묘한 특징이 있다. 누가 상석이고 누가 끝자리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비슷한 거리에 놓여 있고,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마주칠 수 있다. 직사각형 테이블이 질서와 기능이라면, 원형 테이블은 대화와 관계다.
그런 표상을 떠올린 데는 서점 운영의 흐름 덕이었다. 서점을 운영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예상보다 많은 모임을 열게 되었다는 것이다. 독서 모임도 있었고 글쓰기 모임도 있었다. 때로는 포틀럭 파티처럼 음식을 나누는 자리도 생겼다. 책을 파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어느 순간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그럴수록 어떤 테이블이 필요한지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모임에서 중요한 것은 책상 면적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거리였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누군가는 조용히 듣고, 또 누군가는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그런 순간들에는 넓은 작업 공간보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가 더 중요했다.
이번에 구입한 원목 다이닝 테이블은 그런 고민 끝에 만난 물건이다. 평소에는 지름 1.2m의 원형 테이블로 사용하지만, 확장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테이블의 가운데가 홍해 바다처럼 갈라진다. 반원 두 개로 갈라진 가운데 직사각형 상판이 숨어있다.
펼치면 두 개의 반원과 합체하여 가로가 30㎝가량 늘어난, 1.5m의 타원형 테이블로 변신한다. 평소에는 아늑하게, 사람이 많아지는 날에는 조금 더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덟명에서 열명까지도 둘러앉기에 알맞은 크기다.
기능적인 면도 만족스럽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분위기였다. 짙은 갈색의 원목 상판은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공간 전체를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마치 오래된 도서관의 열람실이나 누군가의 서재 한가운데 놓여 있을 법한 묵직함이 있다. 테이블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서점의 공기마저 조금 느긋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기억은 의외로 가구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읽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어떤 풍경 속에 앉아 있었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점점 깨닫게 되는 것도 그것이다. 좋은 공간은 물건을 채우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담는 곳이라는 사실.
직사각형 테이블은 효율적이었다. 더 많은 책을 펼칠 수 있었고 더 많은 물건을 올려둘 수 있었다. 하지만 원형 테이블은 조금 다른 가치를 만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게 하고, 대화가 한쪽으로 흐르지 않도록 돕는다. 상석도 없고 끝자리도 없다. 모두가 같은 거리에 앉는다. 그것만으로도 분위기는 꽤 달라진다.
어쩌면 이번 변화는 가구를 바꾼 것이 아니라 공간이 추구하는 방향을 조금 더 분명하게 만든 일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식을 나누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장면들.
앞으로도 필자의 서점에서는 많은 모임이 열릴 것이다. 누군가는 이 테이블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눌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오래 기억될 저녁 한 끼를 함께할 것이다.
잘 산 가구는 편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좋은 장면이 떠올라야 한다. 이번에 들인 원목 테이블은 앞으로 만들어질 수많은 대화와 추억을 위한 ‘다짐’인 것이다. 잘(Good) 샀지(Buy) 아니한가?
여성경제신문 권혁주 쇼호스트
kwonhj1002@naver.com
권혁주 쇼호스트·방송인
동국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SBS강원(G1), CJ헬로비전 등에서 아나운서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CJ ENM, 현대홈쇼핑+, 더블유쇼핑 등에서 홈쇼핑 및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로서의 방송 경력을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활동에 겸하여 서촌에서 ‘이상서전’이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매주 한 권의 책을 큐레이션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정체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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