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한 장이 시장에 오래 남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할인율이 높거나 혜택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이름이 소비자의 기억에 남고, 디자인이 브랜드를 각인시켰으며, 당시 사람들이 카드에 기대하던 효용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어떤 카드는 카드사의 이미지를 바꿨고, 어떤 카드는 이후 업계 상품 기획의 기준이 됐다.
‘히트카드 공식’은 시장의 선택을 받았던 주요 카드 상품을 통해 카드업계의 변화를 되짚어보는 연재다. 해당 카드가 어떤 시장 환경에서 등장했는지, 소비자는 왜 그 카드에 반응했는지, 카드사는 그 상품을 통해 어떤 전략적 방향을 보여줬는지를 살펴본다.
발급량과 할인율 숫자 뒤에는 이름부터 디자인, 타깃, 혜택 구조가 함께 작동한다. 이번 시리즈는 카드 한 장에 담긴 카드사의 계산과 소비자의 선택을 따라가며, 카드업계의 상품 전략과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맞물려 변화해왔는지 읽어본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BC카드의 이름은 오랫동안 카드 앞면보다 결제망 뒤편에 가까웠다. 소비자가 어떤 은행 카드를 쓰든, 가맹점에서 결제가 승인되고 매입·정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BC카드의 인프라가 자리해 있었다. BC카드가 특정 상품보다 ‘공동 결제망’의 이름으로 먼저 기억돼 온 이유다.
최근 BC카드는 이 익숙한 자리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오고 있다. 회원사 카드의 결제를 처리하던 역할을 넘어, ‘BC바로카드’를 앞세워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소비자와 만나는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바로카드는 하나의 개별 상품이 아니라 BC카드가 직접 발급하는 자체 카드 라인업을 가리킨다.
이 변화가 BC카드 편의 핵심이다. 결제망을 운영해온 회사가 그 경험을 생활·교통·항공·제휴 카드로 옮기며 소비자 선택지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BC카드의 히트 공식은 강한 단일 상품의 폭발력보다, 인프라 기업이 직접 발급 카드사로 보폭을 넓히는 과정에 있다.
공동망의 경험, 자체 카드의 기반이 되다
BC카드의 출발점은 공동망이었다. 1982년 은행신용카드협회로 시작해 이듬해 비씨카드가 설립되면서, BC카드는 은행계 카드의 승인과 매입, 정산을 잇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막 성장 기반을 다지던 시기였다. 개별 은행이 각자 결제망을 키우기보다, 여러 금융회사가 함께 쓸 수 있는 공용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했다.
BC카드는 이 역할을 맡으며 성장했다. 회원사가 발급한 카드가 가맹점에서 승인되고, 거래가 매입과 정산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소비자에게는 카드 앞면의 은행명이나 제휴 브랜드가 먼저 보였지만, 그 결제가 움직이는 뒤편에는 BC카드의 인프라가 있었다.
이 구조는 BC카드에 독특한 위치를 만들었다. 전업 카드사들이 자체 회원과 대표 상품을 앞세워 경쟁하는 동안, BC카드는 여러 금융회사와 가맹점을 잇는 기반 사업자로 기능했다. 특정 상품 한 장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카드업의 핵심 흐름을 오랫동안 담당하며 결제 경험과 가맹점 네트워크를 축적했다.
바로카드는 이 자산이 소비자 상품으로 이어지는 지점에 있다. BC카드가 회원사 뒤에서 결제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상품을 설계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프라 사업을 버리는 변화가 아니라, 공동망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 위에 자체 카드 사업을 더하는 방식이다.
바로카드가 단순한 상품명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품 기획부터 발급, 회원 관리까지 BC카드가 직접 맡는 카드군이라는 점에서 기존 회원사 중심 구조와 다르다. 결제망을 운영해온 회사가 소비자의 카드 선택지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생활·교통·항공으로 넓힌 ‘바로’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회원 수에서도 드러난다. 여신금융협회 기준 지난 3월 BC카드의 개인 신용카드 회원 수는 366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50만명 늘어난 규모다. 주요 전업 카드사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증가세다.
바로카드의 특징은 하나의 압도적 히트상품보다는 다층적인 포트폴리오에 있다. 생활 소비를 겨냥한 카드, 교통 특화 카드, 항공 마일리지 카드, 제휴형 카드까지 영역을 넓히며 소비자 접점을 촘촘하게 만들고 있다.
생활형 카드군은 온라인 쇼핑, 간편결제, 커피, 외식처럼 반복적인 일상 지출을 겨냥한다. 고객이 자주 쓰는 영역을 중심으로 직관적인 혜택을 제공해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접근이다. BC카드가 결제망 사업자로서 갖고 있던 폭넓은 업종 이해가 생활형 상품 설계에도 반영된 모습이다.
교통 영역도 눈에 띈다. K-패스, 기후동행카드 연계 상품처럼 정책형 교통 수요와 맞닿은 카드들은 BC카드의 생활 밀착형 전략을 보여준다. 공공 교통 혜택과 금융 상품을 연결하는 방식은 공동망 사업자로 쌓아온 폭넓은 제휴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항공 분야에서는 에어마스터, 에어맥스 같은 마일리지형 상품으로 포트폴리오의 깊이를 더했다. 생활형 카드가 일상 소비를 겨냥한다면, 항공 카드는 목적성 소비와 고관여 고객을 겨냥하는 축이다. 여기에 통신, 유통 등 제휴형 카드가 더해지며 바로카드는 생활 전반을 덮는 브랜드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페이북은 바로카드의 이용 경험을 넓히는 디지털 접점이다. 카드 결제와 혜택 조회, 서비스 이용을 한곳에 묶어주며 BC카드가 소비자와 만나는 빈도를 높인다.
결제망은 여전히 BC카드의 출발점이다. 다만 그 경험이 놓이는 자리는 달라지고 있다. 과거 BC카드가 금융회사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결제 인프라의 뒤편에 있었다면, 이제는 ‘바로카드’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고르는 카드 상품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BC카드 ‘바로’의 확장은 그런 점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전환이다. 결제망을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발급 카드를 키우며,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카드사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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