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축적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복제약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과 바이오 기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디지털 헬스케어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수출과 해외 임상 확대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시장 개척 전략과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먼저 혁신 신약 연구개발(R&D) 성장 모델을 구축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한미약품은 글로벌 혁신 신약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미약품은 전문의약품과 기술료 수익을 토대로 확보한 이익을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다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국민 비만약'급의 의미있는 성과를 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비만신약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를 통해 창출한 신약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선두주자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올 하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국민 비만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회사는 더 나아가 후속 파이프라인도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LA-GLP/GIP/GCG, HM15275)와 세계 첫 근육 증가 비만치료제(LA-UCN2, HM17321)의 상용화 목표 시점을 각각 2030년, 2031년으로 설정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임상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항암 분야에서는 유전자 돌연변이 암 표적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이중항체 등을 통한 다양한 병용 요법을 연구해 효력을 증진시키고 적응증 확장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파이프라인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R&D 부문에서 '신약개발 전문 제약기업'으로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여 올해는 항암과 비만·대사, 희귀질환 분야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를 다수의 글로벌 학회에서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견고한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과 R&D 투자가 선순환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5475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2024년에 이어 최고 실적을 연이어 경신했다. 또한 지난해 실적은 국내 최대 규모 신약 라이선스 계약 성과를 냈던 2015년 당시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R&D에는 매출의 14.8%를 투입했다.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향후 미래 사업 발굴과 전략적 기회 극대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장기 전략을 탄탄하게 실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8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UBIST 기준)를 달성한 한미약품은 원외처방 부문에서만 지난해 1조8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상지질혈증 복합신약 '로수젯'은 전년동기 대비 8.4% 성장한 2279억원의 처방 매출을 달성했고 고혈압 치료 복합제 제품군 '아모잘탄패밀리'는 지난해 14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첫 돌파하며 한미약품 실적을 뒷받침했다. 중국 내 유통 재고 소진과 계절적 성수기 효과로 이안핑, 이탄징 등 호흡기 질환 의약품 판매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혁신 제품의 동력 창출과 글로벌 신약개발 임상 진전을 이룰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세계 최초 1/3 저용량 항고혈압제 '아모프렐'을 시작으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플래그십 제품'을 매년 1건 이상 출시할 계획이다.
한편 1973년 창립된 한미약품은 국내 의약품 생산기반을 확대하며 퍼스트 제네릭(복제약)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현금창출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2000년대 들어 개량신약 시대로 단순 제네릭에서 벗어나 복합제와 서방형 제형,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이때 선보여 성공한 사례가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패밀리'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로는 장기지속형 바이오 플랫폼 개발을 통해 다양한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은 한미약품 역사상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된다. 사노피, 얀센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제약사들 6곳과 총 8조원 규모의 혁신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퍼스트 제네릭'에서 '개량·복합신약'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한미약품의 '한국형 R&D' 모델이 정립되는 계기가 됐다.
물론 일부 계약은 반환되는 일도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회사는 글로벌 임상과 사업개발 역량을 축적했고, 현재 비만·항암·희귀질환 분야에서 30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한미약품은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R&D를 특정 연구자나 특정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구소 조직과 플랫폼 기술, 임상 개발 경험, 글로벌 사업개발 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한미약품의 R&D 역량은 다양한 유형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이제 '기술 수출을 잘하는 회사'를 넘어 '지속적으로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내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도기에 있다"며 "과거에는 대형 기술이전 계약 자체가 기업가치에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기술이전을 얼마나 꾸준히 하면서 실제 상업화까지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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