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연 칼럼] 픽사가 정의 내린 세대교체란, <토이 스토리 5>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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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연 칼럼] 픽사가 정의 내린 세대교체란, <토이 스토리 5> | 예스24

채널예스 2026-06-17 00:00:00 신고

영화 <토이 스토리5> 스틸컷

 

첫 시리즈 이후 31년. <토이 스토리> 에는 일종의 지각 변동이자 세대 교체의 바람이 부는 중이다. <토이 스토리> 1편의 각본을 썼던 앤드류 스탠튼(1965년생)은 <토이 스토리 5> 에서 맥케나 해리스(1994년생)와 함께 공동 연출을 맡았다. 7년 만에 돌아온 속편으로 박자를 맞춘 두 사람 사이에는 장장 30년이 넘는 시차가 있다. 무려 1편과 같은 시기에 태어난 어린 여성 감독이 <토이 스토리> 의 명맥을 이어가는 뭉클한 상황. 그가 연출한 속편은 이전 작품들과 여전히 연결되지만, 동시에 완전히 새롭게 구별된 바통을 건네받는다. 세대 교체 풍토는 영화 바깥에만 있지 않다. 영화 속에도 낯선 바람이 풍랑을 일으킨다.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것은 영화의 기본 설정이자 장난감들이 맞닥뜨린 문제 상황이다. 바로 태블릿 PC의 등장이다.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과 픽사의 과제


또래 친구들과 관계 맺음에 서툰 보니는 여덟 살을 맞아 태블릿 PC인 릴리패드를 선물 받는다. 정원에서 장난감들과 온갖 시나리오를 펼치던 그는 스크린에 시선을 정박시킨 채 다른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실제로 릴리패드는 많은 것을 제공한다. AI 음성 인식으로 보니 맞춤형 대화를 이끌어가고, 그 대화를 스페인어나 힙합으로 유쾌하게 변형해낸다. 중독적이고 재미있는 게임은 덤. 보니의 취향에 따라 세공된 디지털 세상에서 보니가 따로 상상해야 할 것은 없다. 그동안 1편부터 4편까지 장난감들의 전쟁은 장난감 세상 내부에서 은밀히 벌어졌다. 앤디가 새로 선물 받은 버즈를 어떻게 경계할 것인가(1편), 장난감은 어떻게 유기되는가(2편), 다 자란 어린이로부터 장난감은 어떻게 이별을 준비하는가(3편), 장난감은 독립된 세상 밖으로 어떻게 나아가는가(4편). 지금까지는 인간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벌어지는 내밀한 일들만이 영화적 사건으로 채택 받았다.  

 

하지만 이제 장난감들은 이종(異種)의 존재를 경계한다. 정작 전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재수탱이(!) 똑똑이와 좋은 의도와 달리 다소 답답한 장난감 친구들은 구애 경쟁을 망설임 없이 펼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인정받고자 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위기 상황에 보니가 적극적으로 개입된다. 장난감 VS 릴리패드. 과연 누가 보니에게 친구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집안에 섬처럼 남은 내향적인 어린이의 땅을 도대체 누가 넓혀줄 수 있을까. 

 

따라서 릴리패드와 장난감들의 전투를 오직 현대상의 반영만으로 해석하긴 너무 태평하다. 그보다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세상에서 운명처럼 예견된 세대 교체에 누가 살아남을지 신랄한 생존 문제를 따져보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릴리패드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초반부까지 비-디지털의 장난감들만이 낙오되는 것처럼 비추지만 진실은 어땠던가. 릴리패드가 출시되기까지 누군가에겐 또 다른 전자기기였던 스마티팬츠, 스내피, 아틀라스까지도 버림받았다. 배터리 충전이 안 되어 생명마저 꺼진 채로. 더 어둡게. 더 고요하게. 더 외롭게. 마치 새 세대의 아이폰이 출시되면 이전에 쓰던 것들은 모조리 서랍장 신세가 되는 것처럼 AI가 탑재된 3.0 버전의 릴리패드는 그 직전 세대의 모든 전자기기, 그리고 비-디지털 장난감까지도 갈아치울 셈이다. 

 

그렇다면 <토이 스토리 5> 는 30년도 더 된 낡은 장난감 주인공들의 생존 문제를 어떻게 지켜낼까. 여기서 영화는 그 해답으로 여성성(女性性)을 택한다.


영화 <토이 스토리5> 스틸컷


세대교체의 여성성은 어떤 답이 될까 

 

픽사가 말하는 여성성이란 무엇인가. 3편에서 대학에 진학한 앤디가 우디와 작별한 뒤로 앤디의 빈자리를 채운 건 어린 여자아이 보니다. 장난감의 주인이 앤디인 동안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암묵적·필연적으로 남아 완구의 투톱물이 되었다. (2편에서 제시의 메인 스토리가 펼쳐졌지만 우디-버즈가 그를 구원해주는 구조라 2편의 주인공이라 하기 어렵다.) 그러다 마침내 어린 여자아이의 세대로 교체된 순간, 관객은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지 24년 만에 여성 완구가 진정한 의미의 주인공으로 자립하는 역동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4편을 종횡하는 독립적인 보핍의 귀환. 심지어 활동성 좋은 의상으로 고쳐 입고서. 심지어 스컹크 자동차를 운전하는 여성의 얼굴로. 심지어 메인 주인공 우디를 바깥 세계로 인도하는 고차원적인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이번 <토이 스토리 5> 도 그렇다. 에밀리에게 버림 받았던 깊은 슬픔으로부터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제시는 오랜만에 찾은 에밀리의 집에서 새로운 진실을 목도한다. 이젠 어른이 되어버린 에밀리가 자신의 딸에게 '제시'라는 이름을 붙여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다른 관심사로 눈길을 돌렸지만 에밀리 또한 용감한 카우걸을 진실로 사랑하고 그와 함께 한 나날을 그리워했다는 달의 뒷면을, 영화는 제시에게 선물해준다. 

 영화 <토이 스토리5> 스틸컷

 

세대의 전환 속에서 누가 뒤쳐지고 누가 살아남는지 두더지게임처럼 찾아내야 할 때, 역시나 세대 교체를 겪고 있던 두 감독은 '모계성'으로 그것을 포용해 버린다. 영화의 끄트머리, 보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블레이드를 만나 딱 한 친구의 크기만큼 땅이 넓어진다. 그리고 두 소녀의 만남을 뒤편에서 응원하는 엄마들. 보니와 놀아도 되는지 묻는 블레이드에게 차 안에서 기다리던 블레이드의 엄마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보니의 용기를 알아차린 보니의 엄마는 비키라며 아버지 등을 밀쳐버린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토이 스토리 5> 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해결사가 (우디나 버즈가 아닌) 제시가 될 수 있던 건 에밀리에서 에밀리의 딸로 그 이야기가 전이됐다는 것을 끝내 알았기 때문이고, 홀로 지내던 보니와 블레이드가 서로에게 첫 친구가 될 수 있던 건 그들의 놀이를 응원하는 엄마가 뒤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앤디에서 보니로, 엄마에게서 딸로, 앤드류 스탠튼에서 맥케나 해리스로. 다음 챕터로 나아가는 픽사는 이 생명력 있는 세대 교체에 궁극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헷갈려하지 않는다. 우리가 목격한 장면들은 최종의 질문에 좋은 답변을 줄 것이다. "변화에는 반드시 경쟁과 균열이 필요한가?" 어느 누구도 버림받지 않는 진화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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