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MMCA 필름앤비디오 프로그램으로 ‘캐시 메모리; MMMC 뉴미디어 컬렉션 다시 읽기’를 선보인다. 상영은 16일(오늘)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영상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필름앤비디오 ‘캐시 메모리; MMCA 뉴미디어 컬렉션 다시 읽기’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뉴미디어 소장품 가운데 동시대 미디어아트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하여 이미지가 생산되고 유통되며 역사와 기억, 주체를 구성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 독일),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태국), 안리 살라(Anri Sala, 알바니아), 와엘 샤키(Wael Shawky, 이집트), 김아영, 김희천, 임흥순 등 국제 동시대 미디어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19점이 소개된다.
프로그램명 ‘캐시 메모리(Cache Memory)’는 컴퓨터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빠르게 호출하는 기억장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을 차용하여 미술관 소장품을 완결된 대상이 아니라 동시대의 연구와 해석을 통해 끊임없이 다시 호출되고 새롭게 의미화되어 유동하는 기억의 장으로 바라본다. 특히 기술 환경과 사회적 맥락의 변화 속에서 미디어아트 작품이 획득하는 새로운 의미와 해석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번 상영은 미술관 소장품의 공공적 활용을 확장하고, 동시대 영상예술이 제기하는 사회적 질문과 미학적 실천을 함께 사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상영은 동시대 미디어아트를 읽는 주제에 따라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 ‘이미지와 장치, 이미지가 스스로를 가리킬 때’는 촬영 장치와 편집 기술, 유통 플랫폼 등 이미지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 자체를 드러내며 이미지 생산의 구조를 성찰한다. 하룬 파로키는 편집 과정을 통해 이미지 생산의 메커니즘을 드러내고, 김범은 미술 교육의 형식을 차용해 지식 생산 체계를 비틀어 제시한다. 정연두는 기록과 연출의 경계를 탐색하며, 조나단 호로비츠는 영화 이미지와 현실의 재난을 교차시켜 미디어가 사건을 소비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이들 작업은 이미지가 특정한 기술적·제도적 조건 속에서 구성되는 산물임을 보여준다.
두 번째 섹션 ‘이미지와 증언, 기억의 잔여가 형식이 될 때’는 전쟁과 분쟁, 이주와 노동의 경험을 신체의 움직임과 목소리, 음악의 리듬, 개인적 기억의 파편을 통해 재현하며 증언의 형식을 탐구한다. 에릭 보들레르와 아크람 자타리는 편지와 회고를 통해 개인의 기억을 복원하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꿈과 환영의 감각을 통해 기억의 층위를 드러낸다. 안리 살라와 셰일라 카메리치는 사라예보 포위전을 서로 다른 편집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임흥순은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미디어아트의 미학적 언어로 전환한다.
세 번째 섹션 ‘이미지와 권력, 역사는 어떻게 서술되는가’는 신화와 오페라, 박물관과 고고학, 우주론적 상상력 등 다양한 서사를 통해 역사가 구성되고 권위를 획득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안톤 비도클은 박물관을 미래를 상상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양푸동은 고대 중국의 죽림칠현을 현대에 소환하여 역사와 현재의 관계를 성찰한다. 로랑 그라소는 풍경 속에 남겨진 보이지 않는 권력의 흔적을 드러내며, 호 추 니엔과 와엘 샤키는 신화와 식민사, 국가 서사를 교차시키면서 역사가 누구의 시선으로 구성되는가를 질문한다.
마지막 섹션 ‘이미지와 주체: 이미지의 세계에서 주체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는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네트워크, 알고리즘과 국가 권력이 인간의 감각과 정체성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살펴본다. 김아영은 난민 이동과 데이터 흐름, 지질학적 변화를 중첩시키며 인간과 비인간이 얽힌 세계를 탐구하고, 김희천은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복제·유통되는 이미지가 개인의 존재 방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염지혜는 기술 진보와 미래주의적 상상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사라 세진 장은 입양과 식민주의의 역사를 통해 국가와 제도가 개인의 삶과 정체성을 규정해 온 방식을 추적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뉴미디어는 회화, 조각과 함께 현대미술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뉴미디어 소장품도 360여 점에 이른다”면서 “엄선하여 선보이는 이번 상영은 그간 전시장에서 놓친 뉴미디어 작품들을 영상관에서 집중해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