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보충 휴식)’ 제도가 선수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상업적 광고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디언 등 외신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의무 시행 중인 이 휴식 시간이 방송사들의 광고 장치로 악용되며 축구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개국이 공동 개최하며, 기온과 관계없이 전·후반 각 3분씩 총 6분의 의무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FIFA는 이를 두고 “북중미의 무더운 날씨로부터 선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가운데 방송사들은 맥주, 스포츠 베팅 업체 등의 광고를 대거 송출하고 있다. 12일 미국 내 영어 중계권을 가진 폭스스포츠는 개막전 후반 휴식 시간에 광고 5편을 연속으로 내보냈으며, 이로 인해 경기가 재개된 장면을 놓친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이에 축구계 안팎에서는 “축구가 상업적 이익의 인질이 됐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3분이라는 시간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끊어놓는다”고 지적했으며,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 역시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의 경영진들이 축구를 인질로 잡았다”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스폰서를 위한 금빛 감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대회는 천문학적인 광고 수익 창출의 장이 되고 있다. 총 104경기가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6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서 대회 전체로 보면 10시간이 넘는 추가 광고 시간이 확보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회 초반 30초 광고 단가는 약 20만 달러(약 3억 원) 수준이며, 미국 대표팀 경기 시에는 75만 달러(약 11억 3천만원)까지 치솟는다.
스포츠 미디어 컨설턴트 존 코스너는 “사실상 축구를 4쿼터 경기로 나눈 셈”이라며 “엄청난 가치의 광고 구간을 창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식축구, 농구와 달리 경기 중단 없이 연속성이 핵심인 축구의 특성을 고려할 때, 광고 삽입을 위한 휴식 도입은 종목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FIFA는 선수 안전을 위한 조치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제도 적용의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파라과이의 개막전 당시 기온은 2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 또한 “극단적인 환경이라면 몰라도 날씨 조건이 좋다면 불필요한 제도”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몰입을 깨는 돈벌이 수단”이라며 반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회가 계속될수록 선수 복지와 상업성 사이 균형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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