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단순 주식 거래 수수료 경쟁을 넘어 고객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사업 모델 전환에 나서고 있다. 종합투자계좌(IMA)가 본격적인 시장 형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증권사의 경쟁 기준도 영업망과 거래량에서 자본력과 운용 역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에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IMA가 가져올 증권업 구조 변화와 향후 업계 재편 가능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종합투자계좌(IMA) 시장이 본격 열리면서 국내 증권업계 경쟁 구조도 변화를 맞고 있다. 단순히 IMA 상품을 누가 먼저 출시하느냐를 넘어, 앞으로는 고객 자금을 끌어오고 이를 다양한 투자 영역에 운용할 수 있는 자본력과 운용 역량이 증권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IMA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과 내부 운용 역량을 요구하는 사업인 만큼, 시장 확대 과정에서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MA 사업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진입했고 NH투자증권이 세 번째 사업자로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며 시장이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NH투자증권을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하며 IMA 사업 자격을 부여했다.
IMA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판매 규모가 아니다. 고객 자금을 받아 기업금융 자산, 회사채, 벤처·모험자본 등에 운용하는 구조인 만큼 얼마나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자본 확충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일 NH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IMA 사업 확대와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 기반 확보에 활용될 예정이다. 증자 이후 NH투자증권 자기자본은 9조원대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KB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도 자본 확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의 증자는 단순히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IMA·발행어음·기업금융 등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투자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IMA 확대가 곧바로 모든 증권사의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IMA 자체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자본 여력이다.
대형 증권사는 IMA 사업을 추진하면서 확보한 자본 기반을 바탕으로 기업금융(IB), 인수금융, 대체투자 등 자기자본 투입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IMA 자금이 곧바로 다른 사업에 투입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대규모 자본을 확보하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증권사는 IMA뿐 아니라 다양한 자본시장 사업을 확대할 선택지가 커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증권업의 수익 구조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식 거래량과 위탁매매 수수료가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금융 주선, 투자상품 운용, 자산관리(WM) 등 자본과 전문성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영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MA는 단순한 상품 경쟁이 아니라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기반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업"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확보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IMA 같은 대규모 자본 사업은 자기자본 요건과 운용 인프라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대형사와 같은 경쟁 구도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사는 특정 산업 전문성, 특화 금융, 리서치 경쟁력 등 차별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증권업이 은행권처럼 일부 대형 금융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은행권이 자본력과 계열 기반을 갖춘 대형 금융지주 중심으로 성장해 온 것처럼, 증권업 역시 자본을 얼마나 확보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증권사의 경쟁력은 단순히 고객 수나 거래량이 아니라 자본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IMA 경쟁은 이런 변화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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