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승자는? "트럼프 체면 차렸지만 실익은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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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승자는? "트럼프 체면 차렸지만 실익은 미미"

이데일리 2026-06-15 14:54: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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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이 100여일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해각서(MOU)에 오는 19일(현지시간) 서명하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전쟁 이전 상태로의 복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 동결자산 해제, 이란 핵 협상 등 핵심 쟁점들이 60일간의 본협상으로 넘어간 점에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서명될 MOU는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영구 종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대(對)이란 해상봉쇄 해제(30일 내) △미군의 이란 인근 지역 철수(30일 내) △이란의 핵무기 미보유·미개발 약속 등을 골자로 한다. 다만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여부, 240억 달러(약 36조2328억원) 동결자산 해제 방식, 이란 핵물질(고농축우라늄 약 440.9㎏) 처리, 제재 해제 범위 등 핵심 쟁점은 60일간의 후속 협상으로 넘겨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행료 없는(toll-free) 통행’을 강조한 반면 이란 측은 “수수료 징수권은 전적으로 이란과 오만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서명 이후에도 해석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이 남아있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합의를 두고 각자 ‘승리’를 자처하고 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15일 성명을 통해 “사악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격해온 적은 모든 목표에서 패배했으며,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미국 역시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점을 안보상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거의 없다는 분석부터 이란이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는 평가 등을 내놨다.

◇“트럼프, 모양새 빠지는 합의”... 호르무즈 통행료가 최대 변수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국제제재팀장(변호사)은 이번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상당히 모양새가 빠지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성과로 제시되고 있지만, 전쟁 전에도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했던 해협이라는 점에서 이것을 성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신 팀장은 이란이 주장하는 통행료(수수료) 징수 문제를 핵심 리스크로 짚었다. 만약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에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전쟁 전보다 크게 후퇴한 것”이며 한국과 일본처럼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통행료를 내고 통과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관련 미국 제재를 위반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통행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신 팀장은 한국에 남아있는 이란 동결자금 약 500억원의 처리 방향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촬영한 드론 사진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선거 부담 vs 이란, 체제 유지 우선

신 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스럽지 못한 조건에도 합의를 서두른 배경으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꼽았다. 호르무즈 봉쇄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약 3.8리터)당 4달러를 넘어선 상황이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공화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전쟁 장기화에 대한 이탈표가 나오는 등 정치적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들의 종전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란 측에 대해서는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평가했다.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폭사하고 산업시설이 파괴된 상황에서, 호르무즈 봉쇄 카드도 트럼프의 ‘역봉쇄’ 전략으로 상쇄돼 ‘무승부’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 국민들의 반정부 정서와 경제난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혁 교수 “예상보다 이란 요구 많이 반영”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알려진 MOU 내용을 보면) 생각보다 이란이 얘기했던 내용들이 훨씬 더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만약 그렇다면 미국이 양보를 많이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본질적으로 “전쟁 전인 2월 27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다만 호르무즈 해협만큼은 이란이 계속 통제권이라는 보장책으로 가지고 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하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되, 우라늄 농축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큰 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탄도미사일과 ‘저항의 축’ 지원 문제를 추후 협상 의제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 점에 대해,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본 협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11년 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와 이번 핵 협상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핵 관련 기술적 내용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는 오바마 합의 당시 미국이 제재 해제 후 경제적 이권을 누리지 못하고 러시아·중국·유럽 등이 이를 가져간 데 대한 불만이 컸던 만큼, 이번에는 ‘미국 주도의 재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이 경제적 실리를 직접 챙기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점에서 “트럼프도 졌다고만 얘기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란 내부적으로는 해외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나 반정부 세력은 이번 타결을 반기지 않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전쟁보다는 낫다”는 인식 속에서도 경제적 이익이 실제로 돌아올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클 것으로 봤다. JCPOA 타결 당시와 같은 환호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양측 다 ‘승리’라고 주장할 수 있는 애매한 합의문”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합의를 두고 ‘서로 체면 세워주면서 마무리하는 절충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전쟁을 “해서는 안 되는 전쟁”이자 “오판”이라고 평가했다. 정권교체도, 핵 무력화도, 미사일 역량 제한도 이루지 못한 채 결국 JCPOA와 큰 차이 없는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핵무기를 개발·구매·획득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낸 점이 트럼프로서는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 될 것이라고 봤다. 향후 60일간 이뤄질 협상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정치적 평가가 갈릴 것이며, 호르무즈 개방과 유가 안정으로 미국 내 관심이 줄어들면 트럼프가 시간을 벌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협상 종결 아닌 협상 시작”... 동결자산 두고 ‘샅바싸움’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합의를 “협상 종결이 아닌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란이 동결자산 120억 달러(약 18조1164억원) 단위의 분할 수령을 요구하며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고, 트럼프 역시 출구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 합의 자체는 성사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가 호르무즈 개방을 통해 유가와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짚었다. 갤런당 가격이 4달러를 넘어선 상황이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트럼프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서명식이 유럽에서 진행되는 것은 향후 이란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고무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란 입장에서는 올해 초 환율이 달러당 130만~140만 리알에서 현재 180만~185만 리알까지 치솟은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핵 문제에서 양보하더라도 동결자산 등 경제적 실리를 최대한 챙기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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