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개최 도시 중 평균 소득 가장 낮은 과달라하라 "월드컵 관전은 다음 생에"
멕시코 vs 한국 경기는 리셀 티켓이 400만원대…"푯값이 제 연봉 수준"
(과달라하라=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멕시코 과달라하라 시내의 4성급 호텔 식당 종업원 돌체 제페다(28)씨는 "월드컵 경기를 보러 가느냐"는 가벼운 질문에 실소를 터뜨렸다.
하루 8시간을 일해 350페소(약 2만8천원)를 버는 그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자부하지만, 살인적인 호가를 자랑하는 월드컵 경기장 관전은 그에게 그저 '황당무계한 꿈'에 불과하다.
제페다 씨는 "가격을 확인해 보니 적어도 제 1년 연봉 수준이었다"며 "내게는 먼 이야기"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가 막을 올렸지만, 정작 대회 개최 도시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그들만의 파티'다.
시내 스포츠바나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팬 페스트' 행사장 등에는 응원전을 펼치려는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지만, 막상 이들 중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의 입장권을 손에 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공식 데이터(2024년)에 따르면, 과달라하라는 이번 월드컵 16개 개최 도시 가운데 1인당 평균 소득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지역 주민들이 세금을 떼고 한 해 동안 실제로 벌어들이는 1인당 세후 소득은 평균 4천540달러(약 686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월드컵 입장권 가격은 최고 수준에 달한다.
티켓 가격 추적 사이트 '티켓데이터'(TicketData)에 따르면, 과달라하라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필요한 리셀 티켓의 '평균 최저가'는 1천903달러(약 287만 원)에 육박한다.
전체 16개 개최 도시 중 멕시코시티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금액이다.
이는 개최 도시 중 1인당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미국 샌프란시스코(7만 3천684달러·약 1억 1천만 원)의 평균 최저 티켓 가격이 501달러(약 75만 원) 수준에 그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소득은 샌프란시스코의 16분의 1에 불과한데,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한 최소 비용은 오히려 4배 가까이 비싼 역설적인 상황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와는 차원이 다른 멕시코 특유의 뜨거운 축구 열기가 도리어 입장권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고, 결과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안방 주인'들을 축제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멕시코 리그 명문 구단인 CD 과달라하라 15세 이하(U-15) 유스 출신이자 자타공인 '축구광'인 구스타보 로메로(28) 씨는 "공식 티켓이 처음 오픈됐을 때도 최소 7천 페소(약 61만 원)였고, 지금은 한국전이 5만 페소(약44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내 벌이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다음 생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상 제작업자인 오스카 디에스(38) 씨 역시 "처음 FIFA 예매 창이 열렸을 때 표를 구하려 했지만, 순식간에 매진됐다"며 "4만∼5만 페소까지 치솟은 암표를 사기엔 세 살배기 아이도 키워야 하고 집 대출금도 갚아야 해서 여유가 없다. 지나친 욕심이라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달라하라에서 치러진 첫 월드컵 경기인 지난 11일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이런 씁쓸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먼 좌석들은 관중으로 빽빽하게 찼지만, 정작 가격이 비싼 1층 중앙 좌석이나 VIP석은 주인을 찾지 못한 빈자리가 눈에 띄게 많았다.
약 4만 6천 석 규모의 스타디움에 4만4천98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고 발표한 국제축구연맹(FIFA)이 '관중 수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이자 "통로에 서 있는 관중도 집계한 것"이라고 해명했을 정도다.
실제로 시내에 마련된 팬 페스트 현장에서 축구 팬 십여 명을 붙잡고 물어봤으나, 직접 경기장에 간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는 '선택받은 소수'는 전 세계 프리미엄 식재료를 취급하는 최고급 슈퍼마켓 체인 시티 마켓에 가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여자친구와 장을 보고 나온 구스타보(26) 씨는 "멕시코시티에 가서 개막전을 보고 왔고,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4경기 티켓도 모두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표는 이미 다 매진돼 4시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한 특별 좌석(호스피탈리티) 패키지로 구매했다. 총 100만 페소(약 8천800만원) 정도 들었다"며 "개인 사업도 하고, 가업을 돕고 있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라고 웃어 보였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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