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체코와 1차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한 뒤 하루를 푹 쉰 한국 축구대표팀이 난적 멕시코와 2차전에 대비한 훈련에 들어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1시간 정도 담금질을 펼쳤다.
이날 훈련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1차전에서 ‘선방쇼’를 선보이며 역전승을 이끈 골키퍼 김승규(FC도쿄). 그가 체코전에서 두 차례의 결정적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자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대표팀 감독은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때린 슈팅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본지 취재진은 동료 조현우, 송범근과 함께 훈련하는 김승규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했다. 약 10m 거리에서 김승규를 향해 땅에 깔리는 낮은 슈팅이 오자 자신의 오른쪽으로 몸을 던져 막아냈다. 눈길을 확 끄는 장면은 그 뒤에 나왔다.
첫 번째 슈팅을 막아낸 지 2초 만에 다시 비슷한 거리에서 골문 모서리에 꽂힐 것 같은 높이의 총알 같은 슈팅이 오자 이번엔 왼쪽으로 날아올라 두 팔을 쭉 뻗어 공을 쳐냈다. 동료는 박수를 쳤고 주위에서는 탄성을 쏟아냈다. 체코 감독이 깜짝 놀랐을 만큼 그야말로 동물 같은 반사 신경을 보이며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대형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 '거미손’ 김승규에게 이번 월드컵은 4번째다. 데뷔 무대였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마지막 3차전에만 나섰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주전이 예상됐지만 골키퍼 장갑을 조현우에게 내주는 아쉬움을 겪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아 주전으로 복귀해 16강 진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4연속 출전을 노리던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2024년 한 해에만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아 월드컵은커녕 선수 생활 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피나는 재활 끝에 그라운드에 돌아왔고 36살의 나이에 다시 꿈의 무대를 밟았다.
김승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부상을 이겨내고 월드컵에 선발로 나오고 승리까지 가져오게 되니 힘들었던 지난날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기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규의 눈은 이제 더 높은 곳을 정조준하고 있다.
먼저 개최국 멕시코를 꺾고 조 1위로 32강에 오른 뒤 원정 월드컵 사상 최고 성적인 8강 진출까지 꿈꾸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에는 남아공과 개막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라울 랑헬과 6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전설’ 오초아, 2명의 걸출한 골키퍼가 버티고 있다. A조 1위를 놓고 오는 19일 벌어지는 한국과 멕시코의 2차전은 철벽 수문장들의 한판 승부로도 큰 관심을 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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