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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라소는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에 1-7로 패했다. 스코어 자체는 완패였지만, 인구 15만 명의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가 세계 무대에서 명문 독일의 골문을 열어젖힌 순간은 그 자체로 기적과 같았다.
0-1로 뒤지던 전반 21분, 퀴라소의 리바노 코메넨시아(취리히)가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과감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수비수를 맞고 굴절된 공이 독일의 베테랑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들의 월드컵 본선 사상 첫 유효슈팅을 역사적인 첫 골로 연결한 순간이었다. 골이 터지자 벤치의 아드보카트 감독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고, 관중석에서도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후 전열을 정비한 독일은 카이 하베르츠의 멀티골을 포함해 저말 무시알라, 데니스 운다프 등 6명의 선수가 고루 골 맛을 보며 화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영국 BBC를 비롯한 외신들은 경기 결과보다 퀴라소의 한 골에 주목했다. BBC는 “7골이나 내줬지만 퀴라소가 터뜨린 이 골은 월드컵에 출전한 가장 작은 나라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번 경기 킥오프로 퀴라소의 수장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 역사상 최고령 사령탑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대회 직전까지 이 부문 기록은 2010 남아공 대회 당시 만 71세로 그리스를 이끈 오토 레하겔(독일) 감독이었으나, 이번 대회 개막 이후 나흘 만에 타이틀 홀더가 세 번이나 바뀌는 격변이 일어났다.
먼저 지난 12일 A조 남아공의 휴고 브로스(벨기에) 감독이 만 74세의 나이로 멕시코전에 나서며 레하겔의 기록을 먼저 깼다. 불과 5시간 뒤, 한국전을 지휘한 체코의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감독이 만 74세 9개월의 나이로 브로스의 기록을 곧바로 경신했다. 사흘 뒤인 15일, 1947년생으로 만 78세인 아드보카트 감독이 최고령 사령탑 왕좌를 차지하며 신기록의 종지부를 찍었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올해 2월 건강이 좋지 않은 딸을 돌보겠다는 이유로 사임했다가, 지난 5월 팀의 요청에 전격 복귀해 퀴라소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첫 경기 지휘봉을 잡았다. 경기 시작 전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대패의 아쉬움보다 과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제자들을 감쌌다. 그는 “독일을 상대로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했지만 상대는 너무나 강력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첫 골이 터졌을 때 우리 팬들이 보여준 기쁨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결코 수치스러운 패배가 아니며, 우리는 여전히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며 “이제 겨우 첫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아직 두 경기가 더 남아있고 다음 결과는 오늘과 다를 것”이라고 반등을 다짐했다.
역사적인 첫 발을 뗀 퀴라소는 오는 21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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