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윤의 디깅 #31] 밈을 이해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도상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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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윤의 디깅 #31] 밈을 이해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도상학이다

문화매거진 2026-06-15 10:02: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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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전세윤 작가] 시각 문화 연구라는 흐름이 생기기 이전, 미술을 연구하던 고전적인 방법론의 중심에는 도상(해석)학이 있었다. 과연 도상학이란 무엇일까? 쉽게 말해 그림에 대해 단계별로 나눠 분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작은 ‘첫 번째 보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예술의 기초개념이자 도상학의 성전이라 할 수 있는 이 분석법을 일상의 사례로 풀어보며 이해에 다가가 보자.

어떤 사람이 모자를 벗었다고 가정해 보자. 도상학적 단계로 보면 우선 “저 남자가 쓰고 있는 모양이 뭐지?”라고 분석한다. 이어 “모자 벗고 있는 남자네?”라고 인지하는 식이다. 다음 단계는 “모자를 벗는다는 건 인사하는 것이다”라는 상징을 분석하는 것이다. 즉, 이 예시는 남자가 모자를 벗는 행위가 ‘인사’라는 뜻임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면 왜 모자를 벗는 게 인사가 되는지 연구하게 된다. 이 연구하게 되는 것이 바로 도상해석학이다. 과거에는 투구를 벗는 행위가 ‘나는 당신과 싸울 생각이 없다. 나는 당신에게 우호적이다’를 의미하며 굉장히 예의를 차리는 전통이었다고 한다. 이런 맥락을 짚어내는 것이 바로 도상학이다. 솔직히 말해, 이 도상학만 제대로 알면 어디 가서 아는 척을 마구마구 할 수 있기에 머릿속 한켠에 담아두는 것을 추천한다.

본격적으로 시대를 들여다보면 ‘꽈뜨로쪤또(Quattrocento)’라는 개념이 나온다. 13세기부터 쓰는 말로, ‘꽈뜨로’는 4를, ‘쪤또’는 100을 의미해 1400년대를 뜻한다. 사실 우리가 흔히 쓰는 ‘르네상스’라는 단어는 전공자가 쓰는 말이 아니기에 사용할 때부터 조심해야 한다. 내가 미술을 한다, 혹은 미술에 관심이 자명하다면 르네상스라는 단어를 주의하여 사용하자. 그 당시에는 무조건 기독교 도상을 써야 했기 때문에 모든 게 기독교 얘기였어야만 했다.

▲ 겉보기엔 사자를 잡는 헤라클레스의 도상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성당이라는 맥락 속에서는 성경 속의 삼손으로 해석되는 실제 유물의 모습
▲ 겉보기엔 사자를 잡는 헤라클레스의 도상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성당이라는 맥락 속에서는 성경 속의 삼손으로 해석되는 실제 유물의 모습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3세기 옛날 로마 시대 유물을 보면 사자를 들쳐업고 있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힘세고 건장한 남자인 헤라클레스다. 그런데 이 헤라클레스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왜 성당에 있는 것일까? 알고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성경에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게 도상학의 묘미다.

도상학은 그림이 똑같으면 똑같이 읽는 것에 집중하지만, 도상해석학은 그림이 똑같더라도 역사와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읽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3세기 로마의 ‘사자 잡는 남자’를 그냥 ‘헤라클레스’라고만 부르면 도상학에 그치지만, 그것이 성당이라는 장소와 기독교적 가치관 속에서 ‘삼손’ 혹은 다른 성경적 의미로 변모했음을 밝혀내는 것이 도상해석학의 완성이다. 그림의 ‘겉모양’을 보고 정체를 맞히는 수준이 도상학이라면,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속마음’까지 읽어내어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도상해석학이다. 이 단계까지 가야 비로소 아는 척 덩어리가 가능한 미술 연구가 된다.

▲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힘센 남자인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제압하는 이 강렬한 도상은 훗날 성당에서 성경 속의 삼손이나 기독교적 승리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그대로 차용된다
▲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힘센 남자인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제압하는 이 강렬한 도상은 훗날 성당에서 성경 속의 삼손이나 기독교적 승리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그대로 차용된다


여기서 도상해석학이 중요한 이유는, 그림이 똑같더라도 그 도상이 어떤 역사와 맥락 등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면 잘못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고전적인 미술 연구의 핵심이다.

결국 도상해석까지 가야지 비로소 도상해석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자체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방법론이며,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현대의 ‘밈(Meme)’을 이해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현대적인 도상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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