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전력망을 보조하는 에너지 자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구상이 제너럴모터스(GM)를 통해 다시 부각되고 있다.
GM 에너지(GM Energy) 웨이드 셰퍼 부사장은 미국 전력회사와 에너지 정책 관계자들을 향한 공개 서한에서 차량-전력망 연계 기술인 V2G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존 전기차가 전력망에서 전기를 받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그쳤다면, V2G는 전기차가 저장한 전기를 다시 주택이나 전력망으로 보내는 양방향 구조를 갖는다.
GM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25만 대 이상 판매된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쉐보레, 캐딜락, GMC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을 합치면 이론적으로 약 12만 가구에 최대 일주일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가 각 가정에 흩어진 대형 배터리 역할을 하면서 전력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양방향 충전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일부 전기차와 충전 시스템은 정전 상황에서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차량-가정 연계 기능을 내세워왔다. GM이 이번에 강조한 부분은 이를 개별 주택의 비상 전원 수준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 전력망을 보조하는 분산형 전력 자원으로 확장하겠다는 점이다.
구상이 현실화되면 전기차 소유자는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대에 차량을 충전한 뒤 전력 수요가 높아지는 시간대에 일부 전기를 되팔거나 요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력회사 입장에서는 폭염, 한파, 자연재해,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추가 발전설비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다.
GM은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의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 미시간의 DTE 에너지와 관련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향후 대규모 GM 전기차를 전력망 균형 조절에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미시간에서는 GM 직원 주택을 활용해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양방향 충전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다만 대중화까지는 적지 않은 장벽이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전기차가 양방향 충전 기능을 갖췄더라도 실제로 전기를 집이나 전력망으로 보내려면 전용 충전기와 연계 장비가 필요하다.
전력회사와 규제기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미국의 경우, 지역별로 전력 요금 체계와 전력망 접속 기준, 보상 구조가 다르다. 전기차 소유자가 전기를 되팔 수 있는 조건과 보상 방식이 통일되지 않으면 V2G 서비스는 일부 지역의 실증 사업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수명 문제도 남아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주행뿐 아니라 전력망 보조용으로 반복 사용하면 장기적인 배터리 성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V2G 프로그램이 확대될 경우 보증 조건과 배터리 관리 기준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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