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군체>를 추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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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군체>를 추천하는 이유

평범한미디어 2026-06-15 01:01:35 신고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509만명(6월14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군체>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다. 좀비들이 진화하고 집단지성에 따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설정 자체에 대해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도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이 평론가는 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에 비해 공간 활용 액션이 아쉽다는 점, 선역과 악역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가 지나칠 정도로 선명하다는 점을 대표적인 단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체>를 봐야 할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 <군체>의 단점들이 꽤 있음에도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들어 추천작으로 제시했다. <그래픽=제미나이 AI>

 

이 평론가는 지난 5월29일 업로드된 유튜브 채널 <파이아키아>에서 메인 빌런 서영철(구교환 배우)이 “인간다움의 핵심을 잘못 파악해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역설했다.

 

(영화에서 생명공학 과학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유독 서영철이라는 과학자만 왜 빌런이고 미친놈인가? 그 이유는 인간다움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쁜 짓을 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사람은 나쁜 짓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 이 영화가 좀비 영화라고 하지만 극중에서 좀비라는 말도 안 나온다. 심지어 극중에서 이러한 좀비들을 신인류라고 지칭한다. 서영철은 좀비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신인류, 더 나은 인간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좀비였다. 이 사람의 계획이 성공해서 좀비의 진화된 속도를 본다면 신인류가 지배하는 세계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아마 안 그렇겠지만. 그런 측면에서 이 사람의 의도는 세계를 개선하고 인류를 개선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서영철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목도했으며, 본인 스스로 토사구팽을 당한 만큼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다. 원한과 분노심이 가득할만한 사연을 품고 있는 인물인데 결국 파멸적인 플랜을 세우고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군체>의 주인공 권세정(전지현 배우)이 서영철에게 받은 초대장 속 문구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비극.

 

그래서 서영철은 완전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신인류를 만들고 싶었다. 이 평론가는 서영철이 만들고자 한 신인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하나는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소통을 한다. 인간의 소통은 미끄러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극들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이런 치명적인 결점, 불완전한 소통을 하지 않고 완전한 소통을 하는 존재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서 만든 게 극중의 좀비들이다. 그러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 집단과 좀비 집단을 비교할 수 있는데 불완전한 소통을 하는 건 단점이자 나쁜 거니까 완전한 소통을 하는 게 좋다. 근데 좀비들의 소통을 보면 통일된 의견, 이견이 하나도 없다. 모두가 공유된 같은 행동 원리를 가지고 똑같은 목적에 따라서 움직인다. 하나가 된 전체의 개념이다. 소통 사이에서의 잘못 전달되거나 미끄러짐이 없다. 리더에 따라서 완벽하게 소통하고 통일된 의견을 갖고 있다. 근데 하나가 된 덩어리로서의 인간의 전체는 사실상 그것 자체가 악마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이 영화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서영철이 상정한 신인류와 달리 현재의 인간은 불완전한 소통의 한계에 갇혀 있다. 이 평론가는 “하나로, 전체적으로 이견 없이 통일된 좀비가 훨씬 더 우월한 소통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맨날 싸우고 갈등을 빚는 인간의 소통이 대비된다”고 전제했다.

 

거기에 비하면 인간의 소통을 보면 맨날 싸운다. 빌딩에서 모인 사람들도 힘을 합쳐도 어려울텐데 맨날 사분오열되어 싸운다. 백신에 해당하는 서영철의 신변을 확보하고서도 옥상으로 갈지 지하로 갈지 둘로 나뉘어 싸운다. 사실 이게 좀비 영화의 전통이다. 어찌됐건 인물들은 계속 싸우고 그 속에서 의견들이 계속 갈린다는 건데 바깥도 마찬가지다. 바깥에서는 대응하기 위해 응급센터를 만들고 장관이 와서 진두지휘하는데 과학자와 관료들이 싸운다. 과학자들 안에서도 책임을 어떻게 떠맡을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이런 식으로 역시 사분오열된다.

 

서영철은 이러한 인간의 불완전함과 오류를 뜯어고치고 싶었겠지만 이 평론가가 보기에 이것이 바로 인간다움의 본질이다.

 

서영철은 불완전한 소통으로 인한 그 모든 비극이 생긴다고 보겠지만 그런 불완전한 소통을 하는 게 바로 인간다움의 핵심이다. 그게 바로 단점이자 장점이다. 그게 바로 이 주인공 권세정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은 불완전함 속에서 개별성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는 게 중요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소통을 하니까 그게 치명적인 약점이야! 이렇게 생각한 건 인간다움의 핵심을 잘못 본 빌런의 착각인 것이다. 이게 영화에서 중요한 설정이다.

 

서영철이 이상으로 묘사한 좀비들의 완전한 소통이야말로 “사실은 제대로 된 소통”이 아니다. 이 평론가는 “완전하다는 것은 제대로 전달된다는 뜻에서 완전함이지, 소통이란 건 기본적으로 방향성이 있다. 내가 소통하면 너도 소통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좀비들의 소통은 정확히 전달되지만 일방적이다. 리더가 명령하고 지시하고 수많은 좀비들이 그걸 따르는 것에 불과해서 명확한 의미의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완전한 소통은 뒤집어 말하면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다. 소통의 탈을 쓴 지시나 명령에 불과하다.

 

아마도 인류 역사 속 수많은 독재자들이 꿈꿔왔던 전체주의 사회야말로 서영철의 이상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영화 전문 유튜버 라이너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 <라이너의 컬쳐쇼크>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능력과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속 좀비들은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동기화하는 군체이자 오류를 허용하지 않고 개체간의 이견이 없고 주저함도 없고 침묵의 여지도 없다. 어느 하나가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 그 정보를 즉각적으로 모두가 공유한다. 그 ‘완벽한 동기화’가 인간이 바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근데 결국 인간이라는 게 뭔가? 인간은 군체를 이루고 살고 집단에 휩쓸리기 쉽지만 그 안에서 인간다운 것은 뭐냐고 묻는다면 비판할 수 있는 능력과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하나의 ‘나’라는 개체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의심하고 비판하고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자가 정보를 줬을 때 그 정보를 내가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존재라면 그것은 이미 내가 아닌 것이다. 서영철의 생각으로는 (신인류 좀비를 만듦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 단계 나아간 것이지만 내가 볼 때 그것은 인간의 멸종을 의미한다.

 

두 비평가가 짚어냈던 지점이 실제로 연 감독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연 감독은 AI의 특성과 본질에 대한 사색을 하다가 <군체>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연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AI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결국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보편적인 사고의 총합 같은 것”이라며 “집단적 사고의 총합 앞에서는 개별성이 굉장히 무력해진”고 강조했다.

 

집단지성과 싸울 수 있는 개별성은 사실 존재하기 어렵다. 다음 사람이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끝없이 쏟아지는 무언가와 계속 싸워야 하다 보니 결국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개별성이 점점 소외되는 사회가 돼가는 거다. 우리가 집단주의 안에서 느끼는 불편함의 원천도 결국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들을 <지옥> 시즌1과 2를 거치며 계속해왔고 <군체>를 통해 조금 더 명확해진 측면이 있었다. 결국 개별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보편성의 합이라는 건 AI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고 집단주의일 수도 있다. 결국 사람들이 하나의 보편적 합의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 자체가 불편한 거다.

 

이런 문제의식에 이 평론가도 공감을 했다. 그래서 영화 작품으로서 <군체>가 갖고 있는 여러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학적인 메시지와 논제를 던지는 추천작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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